[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유럽연합(EU)이 국채수익률이 급등해 또다시 위기상황에 봉착한 스페인에 대해 비상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스페인 구제가 ‘시간문제’란 인식이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18일 파이낸셜 타임스(FT)는 EU 관계자들이 스페인 구제금융 가능성을 거듭 부인하면서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스페인은 유럽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가 4개월 반만에 6%대를 돌파하면서, 한동안 잠잠해진 유로존(유로화17개국) 재정위기에 다시 불을 지폈다. 그리스·포르투갈·아일랜드의 경우 국채 금리가 7% 이상 오른 뒤 구제금융을 받은 바 있다.
유라시아그룹 유럽 담당 애널리스트 무즈타바 라흐만은 FT에 “스페인에 대한 비상계획은 구제금융보다는 추가 자금조달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EU의 비상계획안으로 ▷금융권 자본 보강 ▷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 재개 ▷재정적자 목표치 수정 등 세가지가 검토되고 있다.
FT에 따르면 EU 관계자들은 불안정한 스페인 금융권의 자본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총규모 4400억 유로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저금리로 빌려주는 안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스페인 경제에서 가장 불안한 요소로 부동산 시장을 꼽고 있다. 부동산 버블이 꺼져 주택가격이 폭락하면서 모기지 대출을 한 민간은행들은 부실자산을 떠안고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있다. 그러나 EU 내 일부 관계자들은 독일 정부가 EFSF를 금융권을 돕기 위해 쓰는 방안을 반대하고 있고, EFSF가 은행 자본재편에 투입되는 것은 금융시장에 안좋은 신호를 줄 수 있다면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ECB의 국채매입안도 거론되고 있다. ECB는 그동안 시장에서 유로존 국채를 매입해, 국채 금리 하락을 유도해왔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더 효력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해 애초부터 이에 반대해온 독일은 물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조차 회의적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ECB는 3월 이후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금리가 오르는 와중에도 유로존 국채 매입에 나서지 않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가 EU가 제시한 스페인의 내년도 재정적자 목표치다. 스페인은 이미 작년 재정 적자가 GDP의 8.5%를 기록, 목표치인 6.0%를 달성하지 못해, 재정 적자 문제를 자력으로 풀기 힘들다는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다. FT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스페인 재정적자 목표치를 다시 검토해, 다음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재정적자 목표치 3% 달성을 몇년 연기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역내 형평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스페인은 17일(현지시간) 31억8000유로의 국채 발행 금리가 급등해 19일 예정된 중장기 국채 입찰 결과가 주목된다. 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