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타협없이 원칙대로 가겠다”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메가톤급 발언을 토해냈다. 이맹희ㆍ이숙희 씨 등 형제간 유산 소송으로 불거진 삼성가의 어려움을 타협없이 정면대응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재산 소송과 관련해 “한푼도 줄 수 없다”고 했고, “소송을 끝까지 가겠다”고 하면서 극도의 자극적인 멘트를 내놨다. 그동안 이 회장은 소송과 관련한 입장에는 침묵을 유지해왔다. 삼성가 소송은 집안 싸움인데다, 이 회장의 위상을 훼손시킬 수 있기에 최대한 자제모드로 임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멘트는 아무리 봐도 ‘작심 발언’이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신중한 입장을 벗어나 강경한 입장을 정한 배경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가장 설득력이 큰 관측은 이 회장의 계산이 끝났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화우의 공세 속에 삼성도 막강한 변호인단을 구성했고, 이들을 통해 삼성이 소송을 질 확률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측도 그동안 소송과 관련해 “이미 오래 전 끝난 일이고, 법률적인 자문을 구한 결과 삼성이 질 확률은 거의 없다”고 공언해 왔다.
이 회장의 이날 발언은 물밑에서 타협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물밑에서 타협을 하더라도 재산소송 문제는 나중에 다시 불거질 수 있고, 특히 삼성의 글로벌 성장세에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참에 완전히 소송문제를 털고 가겠다는 의중이 확인된 셈이다.
이 회장은 실제로 이날 “(일부 형제들이)소송을 하면 끝까지 (맞)고소해서 대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라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간에선 삼성 소송전은 글로벌기업 이미지에 타격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왔었다.
이 회장이 공세를 취함으로써 삼성가 소송은 장기전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법리 공방과 신경전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전이 법원에서 펼쳐지면 최소 1년, 최대 3년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출근경영 1년(2011년 4월21일)을 코앞에 두고 무게있는 멘트를 날린 것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얼리버드’로 전환하며 오전 일찍 회사로 나오면서 직원들 기강을 다잡고, 투명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집안 군기를 잡으려면 일단 소송에 대한 오너의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변인의 말을 경청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이날 이 회장의 발언은 새삼스러운 것은 사실 아니다”라며 “소송에 대한 이 회장의 생각은 오늘 멘트대로 였는데, 기회가 돼 입장을 밝힌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이날 CJ를 거론한 것도 간단치 않은 사안이라는 평가다. 이 회장은 “(유산은) 선대 회장 때 다 분재(分財)가 된 것인데 그래서 각자 다 돈들을 갖고 있고 CJ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삼성이 너무 크다 보니 욕심이 나는 것”이라고 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CJ는 선대회장 때 받을 만큼 받았기에, 유산 소송과 관련해서는 끼여들어선 안된다는 일종의 경고음으로도 들린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발언을 계기로 강력한 리더십을 다시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날 삼성의 기강 해이 지적과 관련해 “고칠 것이 많다”고 인정했다. 향후 투명경영과 정도경영, 준법경영 화두가 매섭게 몰아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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