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 안이한 대처 비난 쇄도…경찰에 대한 국민 불신 최고조 총체적 문제해결 시급

‘112’. 국민의 번호, 유치원생도 알고 있는 번호다. 범죄신고 112. 어렸을 때부터 이골 나도록 들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눈이 100개 달려 잠들지 않는 괴물, ‘아르고스’와 같은 존재가 바로 국민들에게는 112다.

그런데 112가 동네북이 됐다. 신고를 해도, 늑장 대응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움직이는데 112신고를 해 긴박한 상황을 설명해도 거짓, 허위신고를 의심한다. 단 10초밖에 없는 긴박한 상황에서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다리를 꼬고 앉아 “그러니까 그 범죄가 일어나는 정확한 주소가 어디냐”고 하품을 하며 질문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현장에 있는 순찰차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은 야근을 하는 게 아니라 졸기 일쑤다. 112 신고부터 현장에 있는 순찰차까지 순식간에 지령이 떨어지지만, 현장 순찰차는 대충 훑어 보고, 대충 둘러 보는 수준에 불과하다. 내 딸의 일같이 구석구석 보지 않는다.

경기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미흡한 대응으로 조현오 경찰청장이 대국민사과를 할 예정인 가운데 9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112 지령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m.com
경기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미흡한 대응으로 조현오 경찰청장이 대국민사과를 할 예정인 가운데 9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112 지령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m.com

지난 1일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토막 살인사건과 관련돼 112신고센터의 말도 안 되는 대응방식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나에게 비슷한 일이 닥치면 과연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며 불안에 떨고 있기도 하다. 경기도의 문제만이 아니다. 서울도, 부산도, 대구도, 광주도 다 마찬가지다. 전국 경찰의 분위기가 그렇다.

경찰은 112신고 시스템에 대해 최고라고 극찬해 왔다. 국민의 범죄신고부터 사건처리까지 빠르게 처리된다고 자랑해 왔다. 이렇듯 112 시스템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찰들은 후진국 수준이다. 112신고를 운영하는 사람들, 즉 경찰들이 문제다.

7분 37초 동안 전화가 연결돼 있었지만 경찰은 피해여성에게 정확한 집주소만 몇 번씩 되물어 보고 있다. 심지어 ‘피의자가 누군지 아느냐’는 경찰서 조사계에서나 나올 법한 질문이 오갔다. 피해자를 다시 결박하고 때리는 소리를 듣고도 “부부싸움인 것 같다”며 안이하게 대처했다.

국민들은 112가 “미친 거 아니냐”고 공분하고 있다. 112에 대해 화를 내는 것 뒤편에는 바로 민중의 지팡이 경찰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있다. 수원에서 살해 당한 20대 A양의 친언니는 이렇게 말한다. “사건현장으로부터 불과 20m거리까지 가까워졌는데 경찰이 순찰차에서 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럴 거면 그만해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렇게 운영할 거면 과연 국민의 세금을 112에 쏟아 부을 필요가 있을까. 조현오 경찰청장이 전격 사퇴했다. 그러나 그의 사퇴만으로 112가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총체적으로 112를 바꿔야 한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m.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