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5일,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총아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날. 당시 출장 차 캘리포니아에 있던 기자는 현지에서 미국인들과 저녁을 함께 하고 있었다. 잡스에 대한 회고가 끝나자 화제는 자연스럽게 애플과 삼성의 특허전쟁에 쏠렸다.

이 때 실리콘밸리에 근무한 적이 있다는 한 미국인이 이렇게 말했다. “소송은 계속되겠지만, 일정 시간 후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 전쟁은 애플로서도 부담이다. 왜냐하면 삼성이 옛날의 삼성이 아니다. 게다가 (삼성에는) 이건희 회장이 있지 않은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24일로 경영복귀 2년을 맞는다. 이 회장 개인적으로도, 삼성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날이다. 2010년 3월24일은 ‘뉴(New) 삼성’의 기점이었다. 이 회장은 한 때 경영에서 손을 떼야 했던 아픔을 뒤로 하고 ‘위기론 깃발’을 들고 돌아와, 움츠렸던 삼성의 날개를 다시 활짝 열어제쳤다.

그가 뛴 2년 동안, 오너 부재로 한 동안 동면(冬眠)에 빠졌었던 삼성의 성장질주 본능은 다시 살아났다. 잠자던 삼성을 다시 깨워 일으켜 세운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 2년 연속 매출 150조-영업이익 15조원 이상의 대기록을 세우며 다시 초일류기업으로 우뚝 섰다.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스마트폰 판매 세계 1위, 스마트폰 품질 1위라는 영예를 안았다. 삼성전자가 ‘최강 글로벌기업’이라는 인상을 지구촌에 심어줬다. 이런 성장 질주의 DNA는 이내 그룹 전체로 확산되어 계열사들의 약진으로 이어졌다.

이건희(기업인, 국제기관 단체인)
이건희(기업인, 국제기관 단체인)

삼성으로선 ‘오너의 귀환날’인 이 회장 컴백 2주년이 잔칫날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삼성에는 웃음이 사라졌다.오히려 긴장감이 더 팽팽하다. 최강 글로벌 기업의 지위를 사수해야 하는 책무, 그러기에 더욱 진화된 창조의 DNA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팽배하다. 안으로는 친형인 이맹희 씨와의 재산 상속 반환 소송 등 내홍도 만만치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방해 논란까지 잇달아, 들 뜨지 않고 차분한 내부 분위기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천문학적인 액수의 재벌 형제가 소송은 이 회장의 위상과 향후 경영행보에 적잖은 부담이다. 개인적으로도 ‘구곡간장(九曲肝腸)의 시간을 당분간 보낼 수 밖에 없지만, 글로벌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으로선 기업 이미지에도 적지않은 흠집을 남겼다. 이 회장의 컴백 2년에 대한 평가는 그래서 ‘빛나는’ 경영성적표와 이미지 타격이 어우러져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그렇다고 이 회장의 경영능력과 1등 삼성 위상을 의심하는 이는 별로 없다. 이 회장은 여전히 재계의 ‘아이콘’이고, 글로벌 특허전쟁에서 뚝심을 발휘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글로벌 경영전사(戰士)’다. 그가 경영 복귀 후 쏟아낸 신경영철학인 위기론, 창조경영론, 긴장론, 젊은 인재론 등은 재계의 경영코드로 전파됐다. 위기 때 마다 적재적소에서 터뜨리는 공격경영 역시 재계를 선도해 왔다.

이 회장은 위기에서 ‘기회의 답’을 찾는 감각이 뛰어나다고들 말한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소송의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공정위 사태 역시 이날 삼성의 사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착잡하고 진중한 경영복귀 2년. 이 회장이 앞으로 1년 뒤 홀가분한 ‘컴백 3년’을 맞을 수 있을 지, 그리고 그 때 삼성은 어떤 위상과 모습을 보일 것이지에 재계의 관심이 다시 모아지고 있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ysk@heraldm.com

<그래프용 표>삼성전자 최근 5년간 매출 및 영업익 추이 <단위;조원>

연도/매출액/영업이익

2007/98.51/8.97

2008/121.29/6.03

2009/136.32/10.93

2010/154.63/17.30

2011/165.00/16.25

*자료 제공=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