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는 생기가 넘쳤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4년여 만에 모습을 드러냈고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21명의 회장단 가운데 17명이 참석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모두가 12년 만에 첫‘10대 그룹 내 총수’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전경련의 새 회장으로 반갑게 맞았다.
그러나 지난해 2월24일 회장 취임 후 지난 1년 간 허 회장은 재계를 향한 정치권의 차가운 시선과 대기업들이 처한 위기 상황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초과이익공유제와 동반성장을 화두로 대기업을 개혁 대상으로 놓고 십자포화를 날렸다. 중소기업 영역 침해 공세, 협력회사의 납품단가 인하 및 일감몰아주기 등으로 허 회장과 대기업을 옥죄었다.
결국 지난 해 6월 이후 허 회장은 다른 경제단체장들과 함께 국회에 줄줄이 불려나가 죄인 취급을 당하는 험한 꼴까지 감내해야 했다. 대외적인 분위기가 호의적이지 못했던 점도 있지만 허 회장의 전경련이 제대로 된 대응을 못했다는 비난도 속출했다.
이명박 대통령마저 지난해 10월 전경련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전경련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로 오인받을 수 있는 위기에 처하고 있음을 우리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허 회장과 전경련을 압박했다.
지난 1월 전경련 이사회가‘서민생활 안정과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경제계 다짐’을 내놨지만 날선 여론의 칼끝을 피하려 한다는 일각의 오해를 받았다.
그런 면에서 지난 8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는 허 회장의 취임 1주년을 기념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불참했다. 1년 만에 겪는 상전벽해에 재계는 안타까워했지만, 허 회장의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나마 허 회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정치권의 재벌개혁 논란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재계 대표로서 선거 때 마다 반복되는 반기업정서 확산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다. 그동안 대중소기업 성과공유제를 확대 시행하고 경영닥터제를 통해 중견기업 육성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펼칠 예정이다.
국민의 눈에, 재계의 눈에 뒤늦은 감은 있지만 “국민들이 전경련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파악해 다가가겠다”던 허 회장의 1년 전 취임 약속에 관심이 모아진다.
<류정일 기자 @ryu_peluche> ryus@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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