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은 평생 한번 들를까 말까한 검찰청에 매일 출근 하는 사람이 있다. 24년 동안 한결같이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에 발효유를 배달해온 박점숙(63)씨가 그 주인공이다. 박씨는 1989년 서부지방검찰청이 개원할 때부터 드나든 ‘산증인’이다. 처음엔 서슬 퍼런 검찰청 분위기가 무서워 주저하기도 했지만, 이제 검사부터 형사, 계장, 수위아저씨까지 고정고객 수만 100명이 넘는다.
박씨의 하루 일과는 오전 5시부터 시작된다. 첫차를 타고 영업장으로 출근해 제품이 담긴 캐링카를 몰고 검찰청에 도착하면 오전 7시, 사무실마다 찾아가 직원들 책상에 제품을 올려놓으면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근처 법원과 사무실에 제품을 전달하고 나면 오후 12시, 그녀는 다시 검찰청으로 간다. 아침에 얼굴을 보지 못한 고객들과 직접 만나기 위해서다. 검찰청에서는 그녀를 ‘어머니’라 부르며 친근하게 대하는 고객들이 많다. 워낙 오래 알고 지난 터라 고객의 안색만 봐도 기분을 알아챌 정도라고 한다.
인사 이동이 잦은 공무원들의 특성상 30~40명의 고객이 한번에 떠나는 경우도 많다. 판매활동을 하는 입장에선 참 난감한 일이지만, 박씨는 떠나는 사람들의 새로운 발령지를 확인하고, 그 지역 야쿠르트아줌마에게 전화를 걸어 고객의 특성과 선호 제품을 알려준다. 고객에 대한 애정과 관심 없이는 하기 힘든 행동이다.
고객이 떠난 빈 책상에 계속해서 제품을 갖다 놓는 것도 그녀만의 영업 노하우다. 후임자가 오면 제품을 먹어보고, 새로운 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타 지역으로 발령이 났다가 다시 서부지방검찰청으로 돌아오는 직원들도 많다. 박씨는 “이번에 인사 이동하시는 계장님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검찰청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 하시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박씨는 오랫동안 검찰청에서 판매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을 “늘 정숙하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활동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가끔 검찰청을 출입하는 언론사 취재진들로 부터 “000씨가 어느 취조실에서 조사받고 있는지 아느냐”와 같은 민감한 질문을 받을 때도 있지만 모르쇠로 일관한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검찰청 직원들의 추천으로 검찰업무유공 표창 수여식에서 검찰청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검찰청 직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표창을 받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박씨는 한사코 수상을 사양했지만 “20년 넘게 서부지방검찰청 사람들의 건강을 챙겨 주신 것은 큰 공이다”라는 직원들의 권유에 못 이겨 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박씨에게 또 하나의 경사를 맞았다. 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41회 야쿠르트대회에서 ‘자랑스러운 판매점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박씨는 “고객들을 만나는 것이 즐거워 하루하루 열심히 일했던 것뿐인데, 검찰청과 회사에서 상을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며 “앞으로도 검찰청 식구들의 건강을 챙기는 야쿠르트아줌마로 남고 싶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최남주 기자 @choijusa> calltax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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