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상의 1005개 기업 공동설문

최고 글로벌경쟁력 갖춘 기업

현재도 10년후도 삼성 압도적

2·3위 현대차·포스코와 큰차

후보기업 성장동력 한계노출

기업지원 규제완화도 절실

“삼성전자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 제2, 제3의 삼성전자가 나와야 한다. 그렇지만 아직 그럴 만한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고 ‘또 다른 삼성전자’가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확고한 글로벌 톱티어 기업을 만들자는 오랜 염원 속에 ‘글로벌 삼성’이 탄생했지만, 근 10년간 아직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국내기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삼성과도 견줄 만한 진정한 글로벌 강자가 나와주는 것, 이것이 한국 경제가 무역 1조달러에서 2조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 필요한 대명제 가운데 하나다. ▶관련기사 4·5면

헤럴드경제와 대한상공회의소가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12 기업 경영전략과 업계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기업들의 이 같은 바람이 그대로 드러났다. 기업인들은 ‘10년 후 가장 글로벌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과 ‘현재 가장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으로 모두 삼성전자를 뽑았다. 각각 65.8%, 75.9%로 압도적이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갈수록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지난해 5월 18일 같은 조사에서 삼성전자의 10년 후 경쟁력과 현재 경쟁력을 최고로 꼽은 비율은 53.4%, 73.6%였다. 이번에는 각각 12.4%포인트, 2.3%포인트나 높아졌다.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에서도 2010년 150조원 매출 돌파에 이어 지난해도 163조원(추정치)으로 끊임없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특히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모습이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쉽게도 삼성전자와 견줄 실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은 선뜻 뽑지 못했다. ‘제2, 제3의 삼성전자’ 탄생이 임진년(壬辰年) 용띠 해, 나아가 향후 10년 한국 산업계의 최우선 과제임을 기업인들도 절감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이 국내 부품 및 연관산업을 먹여살린다는 점에서 새로운 글로벌 강자의 출현이 절실하다.

문제는 그런 기업을 아직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경쟁력 측면에서 현대차나 포스코 등이 2, 3위권을 형성했지만 차이가 크다. 현대자동차는 앞의 두 질문에 각각 14.2%, 11.7%만이 응답했다. 3위 포스코는 6.5%, 4.6%에 그쳤다. 기아차(2.5%, 0.3%) SK에너지(2.4%, 0.7%) LG전자(1.5%, 0.9%) 등은 대부분 1~2%대에 그쳤다.

기업인들은 ‘2012년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대기업 오너(또는 CEO)’를 묻는 질문에도 이건희 회장을 53.3%로 가장 많이 꼽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18.2%), 정준양 포스코 회장(6.7%)보다 압도적이다.

최소한 삼성전자 같은 기업을 몇 개 더 만들어야 일류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과 엄청난 괴리를 보여준다.

최근 3~5년 동안 그나마 글로벌 톱 수준에 빠르게 근접한 기업도 현대차 정도에 그칠 뿐, 대부분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며 뒤처지고 있다.

실제로 2차전지 이슈를 탔던 LG화학이 8개월 전 설문에선 10년 후 경쟁력 부문에서 9.3%로 4위까지 올랐으나 이번 설문에서는 0.4%에 그쳤다. 10년 후 제2 삼성전자 후보군으로 기대를 모았던 기업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점점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

여기에 정부는 그런 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되레 온갖 규제와 수사로 기업과 기업인들의 뒷다리를 잡아 글로벌 기업의 출현을 막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기업 사기진작책으로 응답기업의 29%가 법인세ㆍ소득세 완화를, 20%는 불합리한 행정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10대그룹 한 임원은 “재계에서 ‘독보적’이라는 것은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는 동전의 양면”이라며 “삼성 외 다른 기업들이 성장성을 강화하는 게 전체 재계를 위해서도 좋고, 삼성으로서도 추격자가 있어야 긴장하면서 더 뻗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ysk@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