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5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앞서 임태희 비서실장과 김효재 정무수석을 먼저 만났다.

이번 사전 면담은 청와대 측에서 제안한 것으로, 최대한 야당 대표에 대해 예를 갖추며 국회 방문이 ‘느닷없는’ 행동이 아님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손 대표는 빈손으로 온 손님들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다며 일단 이 대통령이 방문을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 달라질 것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손 대표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한다. 임 실장과의 면담 소식이 알려진 직후 손 대표를 비롯한 측근들은 연락도 끊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만일 임 실장이 민주당이 요구하는 ‘성의있는 결과물’, 즉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재협상을 손 대표에게 약속했다면 손 대표로서도 난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을 점거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및 당내 강경파들이 조건부 비준안 처리 자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도 지금까지 강경파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때문에 재협상 여부를 떠나 이 대통령과의 만남을 수용하는 것 자체도 한ㆍ미 FTA 비준 ‘명분 쌓기’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제기되며 손 대표에겐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사전 면담에서 임 실장이 어떤 새로운 제안으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같은 부담은 줄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새로운 제안이 없었다”며 손 대표와 이 대통령 간의 회동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제 1야당 입장에서 마냥 거부만 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 따른다. 당 안팎에서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없이 당리당략만을 위한 면담거부”라는 식의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1야당으로서 대화를 거부하고 대통령을 무시하는 행태로 비쳐질 수 있어 걱정이다. 당내 협상파들이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몸싸움 반대를 위한 성명을 발표하고 나선 것도 손 대표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 후에도 여야가 극적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여권이 결국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비준안의 강행처리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양대근 기자 @bigroot27>

bigroot@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