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이틀째인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의 농성장을 찾는 여야 인사의 발걸음이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14일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 한켠에 마련된 정 의원의 자리는 이러한 위로 방문들로 분주했다. 하지만 정 의원을 찾는 주요 인사들의 셈법은 제각각이다.

정 의원의 농성장은 ‘완충지대’로 비견될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ㆍ미FTA를 둘러싸고 급랭된 정국에서 여야의 물리적 충돌을 완화시키는 ‘에어백’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로 농성장 자리만큼은 정 의원을 위로하는 언사가 오가며 그동안 국회에서 보기 힘들었던 훈훈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정국이 돌아가는 형편 상 주요 인사들의 속마음은 각각 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식 첫날 농성장을 찾은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이튿날 회의에서 “정 의원의 행동은 ‘제2의 천막당사 정신’과 같다”면서 정 의원을 치켜세웠다. 남 최고위원은 “그때는 당을 구하기 위해 모두 희생했다. 지금은 국가와 국회와 정치를 구하기 위해 나서야할 때”라며 한미FTA의 원만한 처리뿐 아니라 당 쇄신까지 함께 언급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역시 이날 정 의원에게 “고생한다. 건강 조심하라”며 덕담을 건넸다. 하지만 정 의원이 “이번에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내용을 중심으로 한미FTA 비준안이 정상적으로 합의 처리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자 손 대표는 “청와대가 도와줘야지, 내가 도와줄 수 있느냐”며 즉답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의 강경한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한편 민주당내 협상파인 김성곤 의원은 농성장 바로 옆에서 정 의원의 건강과 국회 평화를 기원하는 108배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108배에 앞서 “한·미 FTA 문제를 강행 처리냐, 물리적 저지냐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호흡을 고르며 다시 한번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들을 지켜본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런 의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면서 기자들에게 “봄은 소리 없이 온다”고 밝혔다. 그밖에 농성장 위로 방문에는 임태희 비서실장과 김효재 정무수석을 비롯 송영길 인천시장ㆍ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등도 동참했다. <양대근 기자 @bigroot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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