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린 中정협 주석 유럽 3國 순방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중국 공산당 권력 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그리스, 네덜란드, 독일을 공식 방문하기 위해 23일 출국했다.
자 주석이 유럽 3개국을 순방하는 기간에 유로존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중국의 역할이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자 주석은 첫 번째 방문국인 그리스에서 그리스 지도자들을 만나 양국 관계 발전과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그는 그리스가 이번 금융위기의 난관을 벗어나길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유럽 순방 당시 원 총리가 ‘그리스 국채 매입’ 의사를 밝혔던 것과 같이 그도 그리스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중국과 그리스 간 협조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어 자 주석은 네덜란드를 방문해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지난 2003년 이후 8년 동안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중국의 두 번째 무역파트너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양국 간 교역 규모는 56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관계가 진전되는 모습이다.
자 주석은 마지막으로 독일을 방문한 후 귀국한다. 중국 지도자의 독일 방문은 올해만 3번째다. 올 1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 6월 원 총리가 독일을 방문했다.
특히 국제 금융위기 이후 중ㆍ독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현재 독일은 중국의 유럽 내 최대 무역파트너이자 외자 및 기술 도입의 중요 국가다.
지난해 양국 간 무역 규모는 1424억달러로, 중국의 대(對)유럽 무역 총액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올 1~5월 무역 규모는 66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 성장하는 등 증속이 뚜렷하다.
중국전략연구회 징타오(井濤) 연구원은 24일 홍콩 원후이바오(文匯報)에서 “이번 방문은 중국이 독일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내년 중ㆍ독 수교 40주년을 앞두고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 주석의 이번 외교 행보를 유로존 채무위기와 연관지어 분석하고 있다. 중국이 유럽을 돕게 되면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외교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는 투자를 다양화하려는 중국의 의도와도 맞아떨어진다. 현재 중국 외환 보유액의 3분의 2가 미국 달러 자산, 특히 미 국채에 집중돼 있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자금줄을 쥔 중국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중국이 유로존 국채 매입을 시사만 하더라도 유럽에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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