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로 본 양승태 내정자의 스펙트럼
환란당시 파산부 수석부장
도산기업 엄격 잣대 일화도
차기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양승태(63ㆍ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관은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판결에 있어서도 보수 성향이 드러나지만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앞장서는 등 사안에 따라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였다.
양 전 대법관은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다룬 이른바 ‘실천연대’ 사건에서 “북한이 어떠한 실체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반국가단체성을 종전의 대법원 판결과 달리 볼 수 없다”고 밝혀 보수적 성향을 드러냈다.
또 대법관 시절 용산 참사 사건의 주심으로서 “경찰의 진압 작전은 정당한 공무 집행”이라고 결론짓고, 시위 주도자들에게는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에서는 “주주 배정 전환사채 발행가는 시가(時價)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인권 분야에 있어서는 한발 앞선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양 전 대법관은 서울지법 북부지원장으로 재직하던 2001년 남성 우위의 호주제도에 관하여 최초로 위헌 제청을 해 주목받았다. 대법관 시절에는 여성도 종중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대법관이던 지난해 위법한 체포에 항의하는 과정이라면 경찰관의 가슴을 밀치거나 팔을 잡아당겼더라도 공무집행 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집회 때 꽃마차 행렬을 하겠다고 신고한 후 미리 신고하지 않은 상여와 만장을 사용해 장례 행렬의 형태로 행진했더라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해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고, 동생의 교통사고를 목격한 9세 아동에게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인정해 보험사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양 전 대법관은 IMF 외환위기 당시 서울지법 파산부 수석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도산기업에 대한 엄격한 법정관리를 통해 합리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 특히 2001년 1월 법정관리 회사의 공금 일부를 비자금으로 조성한 법정관리인을 해임하고 검찰에 형사 고소한 것은 단호한 일면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