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애초에 ‘의드’가 아니었다…하명희X김래원, 통했다 ★★★☆ 이세진=메디컬 좋다, 멜로도 좋다. 둘이 합치니 좋지 아니한가 ★★★★ 이은지=‘러브스토리 in 병원’…‘하버드’ 때보다 무르익은 김래원의 고백 연기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결혼했니? 애인은? 그럼 됐다.”
치명적이다. 굶주린 짐승처럼 선 굵은 연기에 몰입했던 김래원은 능글맞은 대사와 눈웃음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다. 시한부 역할을 한다고 15kg을 감량했던 전작(SBS 펀치)과는 완전히 다른 옷이다. “나 결혼 안 했엉.” 어미가 동글동글 말려올라간다. “우리 사귀는 거야? 거절한거야? 나쁜 기지배.” 한 번 빠지면 출구도 없다는 ‘아재 매력’은 요즘 김래원이 독식 중이다.
드라마 시작 전 배우들은 이미 성공을 예감했다. 한 출연배우는 “우린 무조건 잘 된다”며 “20%는 찍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방송 5회차 전국 기준 18.4%, 수도권 기준 20.2%(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며 월화 안방을 장악했다. 주중 안방을 찾는 미니시리즈 중에서도 단연 최고 수치다. ‘닥터스’와 동시간대 방송, 같은날 출발한 KBS2 ‘뷰티풀 마인드’는 3%대로 하락했다.
‘닥터스’는 애초에 ‘의학드라마’가 아니었다. 배경은 병원, 제목은 ‘의사들’이라니 ‘병원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라는 조롱이 나오기 딱 좋은 겉포장이다. 하지만 애당초 들고 나온 것이 ‘멜로’였다. 의외로 ‘메디컬’ 요소가 많이 들어가있다.
드라마를 집필하는 하명희 작가는 통속적인 소재를 세련되게 매만지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작가다.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를 시작으로 SBS에선 내리 세 작품째 시청자와 만난다. 불륜으로 확인하는 관계의 소중함(따뜻한 말 한 마디), 신분을 뛰어넘는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상류사회)에 이어 이번엔 초반부터 사제지간을 걸고 나왔다. 불륜과 불평등한 계급간 로맨스라는 진부한 소재 안에서도 관계와 인물의 심리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하명희 작가의 대본은 조금 더 밝고 경쾌하고 쉬워졌다.
‘닥터스’는 ‘만인의 연인’의 고등학교 교사와 문제학생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일찍이 배우 하정우가 말하길, “모든 문제는 사제지간에서 비롯된다”. 3회분까지 드라마는 사회면에서 다루는 소재들이 범람했다. 세간에 오르내리기 쉬운 사제지간의 미묘한 감정이 표적이 됐다. 4회로 넘어서자 스승과 제자는 선후배로 만나 ‘밀당’(밀고 당기기) 없는 로맨스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여기에 더한 배우들의 내레이션과 대사는 시청자들의 선성(善性)을 건드린다.
“좋은 사람과 좋은 기억이 동시에 찾아오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좋은 인연이든 악연이든 처음 당신을 찾아올 때 어떤 얼굴로 찾아올지 아무로 모른다”(1회)는 내레이션은 누구나의 가슴 깊이 자리한 선한 마음을 움직이고, “실패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자기비하와 위축뿐”이라는 선생님 김래원의 대사는 씁쓸함 대신 기대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다.
대사는 시청자의 감성을 움직이지만 드라마는 멜로에 뒤엉킨 다양한 사건과 복수의 구성으로 탄탄히 직조돼있다. 이 드라마가 아직 출발이라는 점은 도리어 향후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김래원은 이 드라마를 통해 데뷔 초 ‘청춘스타’의 얼굴을 찾았다. 시간의 길이에 조금 더 성숙해졌다. 철딱서니 없는 ‘로코킹’ 대신 능글맞은데 듬직한, 위로받고 싶은 얼굴이 됐다. 배우 박신혜는 드라마 시작 전 제작발표회에서 “기댈 수 있는 상대배우라 행복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의 호흡이 드라마 안으로도 이어진다. 한 방송 관계자는 “김래원의 대사와 말투는 때에 따라 느끼하고 능글맞은데, 김래원이 하지 않았다면 봐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촌평을 내놨다.
20대 한류스타들의 공식 파트너로 출연작마다 줄줄이 흥행인 배우 박신혜의 섬세한 감정연기도 인상적이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상처입은 문제아 출신의 의사는 하명희 작가가 즐겨 써온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 안에서의 상처 치유라는 주제의식을 고스란히 담아낼 만한 캐릭터다. 보편적인 인물들의 성장은 시청자로 하여금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게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아홉 살 차이 연상연하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어반자카파와 정엽의 목소리가 흐르면 드라마는 영락없이 ‘멜로’다. 재고 따질 것 없이 훅 들어오는 로맨스, 담백하고 솔직한 화법이 세대를 초월해 ‘취향 저격’이다. 다만 17대1 격투신은 난데없다. 병원과 클럽을 넘나드는 박신혜의 날라차기는 아닌 밤 중에 ‘이불킥’ 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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