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날개에 숨긴 칼 (20)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으~흐흐흐흐, 아~하하하하!”

신이 나기도 하겠지. 희열이 뱃속으로부터 끓어올라 스믈스믈 밖으로 삐져나오는 것을 도무지 참아낼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낄낄 웃어대는 사람들은 바로 거성자동차의 도종호 상무와 로비스트 송달민이었다.

“그 친구도 보기보다는 꽤 미련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려. 아무러면 내로라하는 거성자동차에서 자체 생산한 최초의 자동차 한 대쯤 따로 보관하고 있지 않으려고요. 어째서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갈까요?” “등잔 밑이 어둡기 때문이지요. 회장님 댁에 제 1호 치타가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기자들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물며 뜨내기에 불과한 권도일 따위가 그 사실을 눈치 챌 재간이 없었겠지요.”

도종호와 송달민은 곧 다가올 거성자동차 회장의 70회 생신을 맞아 선물을 고르기 위해 백화점 매장을 돌아보던 중이었다. 상대가 워낙 재벌이다 보니 돈을 태질 해야 하는 값비싼 선물보다는 무언가 격조 있는 선물을 골라야만 할 것 같아서 의기투합, 함께 매장을 돌아보기로 했던 것이다.

“연세도 지긋하시니 중절모를 선물하는 것이 어떨까요?”

“참 좋은 생각입니다. 왠지 영화 대부에 출연한 마피아 두목 돈 꼴레오네가 떠오르는 군요. 말론 브란도였던가요? 주인공 꼴레오네로 분장한 배우가?”

“마침 회장님 분위기도 말론 브란도 비스무리 하니… 내친 김에 중절모를 하나씩 선물합시다. 나는 회색, 송 선생께선 검은색으로 골라서 포장하세요. 우리 둘이 단짝이라는 걸 알리는 좋은 방법이기도 할 겁니다.”

“그럽시다. 그런데… 어느 브랜드가 좋을까요? 난 원래 패션 쪽으론 젬병이라서.”

“내가 다 기획해 놓았지요. 이탈리아 제품인 ‘트루사르디 1911’도 좋고요, 영국에서 전통 클래식을 바탕으로 만든 ‘비 스토어’ 제품도 좋습니다. 토끼털로 만든 프랑스제 ‘안토니 페토’ 제품도 역시 고급스럽긴 한데 지금 쓰고 다니면 좀 더울 거예요.”

도종호 상무는 수첩에 기록해 놓은 중절모 브랜드와 가격을 비교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들은 거성자동차 회장의 70회 생신이 감격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날을 빙자해서 회장과 맞대면 할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그의 2세인 큰아들이 이미 경영권을 상당히 차지하고 있으니 서산으로 기우는 태양이겠지만… 썩어도 준치라! 노 회장에게 눈도장 찍는 일도 큰 기획행사 중의 하나였다.

“이번에 회장님을 뵙게 되면 아예 단단히 못을 박아버리려고 합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못을 박다니요?”

“댁에 보관하고 계신 제 1호 치타 말이지요. 그 차의 보존가치를 자세히 설명 드려서 아예 붙박이로 묶어놓을 예정입니다. 회장님 댁 정원 한쪽에 방탄유리로 막아서 전시장을 꾸미자고 할 거예요. 2세인 큰 아드님은 그 차를 튜닝해서 권도일로 하여금 랠리에 출전하도록 하자는 의도를 가지고 있단 말입니다. 1호 차를 권도일에게 내주면 안 되지요. 권도일은 발바닥이 닳도록 고생 좀 해야 합니다. 삼천리 방방곡곡을 뒤지다 보면 어디선가 또 다른 치타 한 대쯤 구할 수 있겠지요.”

“동감입니다. 제 1호 치타는 흠집 하나 나지 않도록 보존되어야 합니다.”

“으~흐흐흐! 1호 차 말고 아직도 보존된 치타가 또 있을까요? 권도일 그 작자, 치타를 구하려면 발바닥에 군살 깨나 박힐 겝니다. 어허! 속이 다 시원합니다.”

“역시 도 상무님은 기획의 천재이십니다. 으~하하하!”

도종호와 송달민은 서로 어깨를 두드려가며 웃어댔다. 지난번 호텔에서 알몸으로 브리핑을 한 것이 마음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까닭이기도 했지만, 느닷없이 재벌 2세의 눈앞에 다크호스로 등장한 권도일을 견제하려는 본능이 살아났기 때문이었다.

만약 권도일이 랠리경기에서 우승컵이라도 거머쥔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