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지난 15일 1만2000t급 화학물질 운반선 삼호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상황에 대한 정부의 기본적 인식이다. 한국 선박들을 해적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우리 군이 2009년 3월 청해부대를 창설하면서까지 소말리아 해적 퇴치 작전에 나섰지만 거듭되는 피랍소식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간 우리 정부는 해적들과 협상에 직접 나서지 않고 석방금도 지급하지 않는 단호한 대응 원칙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선박 피랍시 번번히 해적들에게 거액의 돈다발을 안겨주고 인질들을 석방한 전례들만 남았다. 2006년 4월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처음 피랍된 원양어선 동원호가 인질들의 몸값으로 80만 달러 이상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는가 하면, 지난해 4월 삼호드림호가 피랍됐던 최근의 사례에선 무려 950만 달러 이상을 석방금으로 내준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로부터 ‘안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평을 듣기까지 했다.
하지만 프랑스ㆍ러시아 등 외국의 대응사례를 살펴보면 강공책으로 해적 퇴치 효과를 톡톡히 보았던 게 눈에 띈다. 프랑스의 경우 2008년 4월을 시작으로 자국 선박이 네 차례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는데 그때마다 군사작전을 통해 해적을 소탕했다. 2009년 4월엔 요트객 인질 5명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인질 1명이 해적의 총에 맞아 숨지는 불상사도 겪었지만 결국 지난해 프랑스 해군은 소말리아 해적단 선박을 궤멸시키고 35명을 체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러시아도 지난해 5월 유조선과 23명의 선원들이 납치됐을 때 헬리콥터 등을 동원한 군사작전으로 단 하루만에 이들을 안전하게 구출한 바 있다. 앞서 2008년 러시아 국적 유조선이 납치됐을 때도 러시아 해군 구축함의 특수부대원들이 동원돼 해적들을 소탕하기도 했다. 공해상 자국 선박 피랍시 자위권 행사가 가능할 뿐더러 유엔도 안보리 결의로 6차례나 무력사용을 허용했던 만큼 국제사회가 해적 퇴치에 한목소리를 냈던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사례들이다. 이후 소말리아 해적들은 이들 국적의 선박엔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우리 군의 전투력이 결코 소말리아 해적들을 당해내지 못할 만큼 약하진 않다. 청해부대는 2009년 4월 소말리아 아덴만 인근에 파견되자마자 덴마크 상선 퓨마호가 해적에 쫓기고 있다는 구조신호에 출동해 무력으로 선박을 구출하는 등 수차례 아덴만 출몰 해적을 퇴치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이같은 군사작전은 모두 해적이 목표로 삼은 선박을 사전에 구조했던 것으로 이미 인질이 억류된 상황에서 이뤄진 공격은 없었다. 섣부른 군사적 대응으로 인해 인질이 희생당할 우려가 항상 존재하는 데다 강공 일색으로 대응할 경우 또다른 피해를 초래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반면 소말리아 해적들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 보트로 접근하던 옛 방식에서 벗어나 납치한 대형선박을 모선으로 활용해 해상 활동시간과 영역을 넓혔고, 인질들을 인간방패로 활용해 전함에도 꿈쩍않는 대담성까지 갖춘 것이다. 또 최근 소말리아 의회는 “해적이 소말리아 바다를 약탈하는 외국 배들과 싸우고 있는 것”이라며 해적단속 강화법안을 부결시키는 등 해적들의 활동을 부추겨 국제사회는 지난해만 120억 달러의 비용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 정부는 청해부대의 최영함(4500t급)을 삼호주얼리호가 납치된 해역쪽으로 출격시킨 것으로 전해져 원만한 인질 구출 소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백웅기 기자 @jpack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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