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코스피는 지난 열흘간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세계 경제 불확실성 우려로 냉온탕을 오갔다.
간판 삼성전자의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 기대감과 국제 유가 상승 등에 힘입어 지난 9일 연중 최고치(장중 2035.27)까지 치솟았던 코스피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우려로 지난 16일엔 장중 1940선까지 맥없이 주저앉았다.
24일 국민투표 결과 나온 여론조사에서 ‘브리메인’(Bremainㆍ영국의 유럽연합 잔류) 쪽에 힘이 쏠리면서 코스피는 개장과 동시에 2000선을 탈환하며 기분좋게 출발했지만, 개표 초반 ‘탈퇴 우세’ 소식이 전해지며 장중 하락반전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증권가에서는 브렉시트 이슈 이후에도 코스피는 또 다른 악몽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7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 미국 대통령선거 등 글로벌금융시장을 흔들 이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연중 최고치에서 거침없는 ‘하락세’=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찬반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브렉시트 공포’는 순식간에 글로벌 증시 전반에 퍼졌다. 코스피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8일 연중 최고치인 2027.08로 장을 마감한 코스피는 9일 장중 고점을 찍은 이후 16일까지 연속 내림세를 보이며 장중 1944.80까지 미끄러졌다. 이 기간 증발한 코스피 시가총액은 47조원 규모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안전자산을 찾는 발길이 분주해졌다. 이달 초 온스당 1216.28달러였던 금값은 16일 1303.35달러로 7.16% 올랐다. 연초와 비교하면 무려 22.66% 뛰었다. 16일 장중에는 온스당 1315.71달러까지 치솟으며 2014년7월 이후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안전자산인 주요국 국채가격도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6일 마이너스(-) 0.21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5년물, 20년물, 30년물 국채금리도 줄줄이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1.5159%로 떨어져 2012년8월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피신’을 택한 투자자들도 눈에 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기자금 성격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설정액은 지난 16일 120조4709억원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만 5조원이 넘게 유입되면서 브렉시트에 대한 경계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브리메인’ 부상과 함께 달라진 시장판도= 브렉시트에 반대하던 영국 노동당의 조 콕스 하원의원이 16일(현지시간)이 피살되면서 시장의 판도는 바뀌기 시작했다. 이 사건이 부동층의 브렉시트 반대 지지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라 나오면서다.
195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조 콕스 의원 피살 소식이 전해진 지난 17일 7거래일 만에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
이어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1990선까지 올라섰다가 투표를 하루 앞두고 소폭 떨어지는 ‘대기 모드’에 돌입했다.
브렉시트 현실화를 우려해 안전자산 매입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다시 위험자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3.6달러(0.3%) 하락한 1294.80달러를 기록한 이후 닷새간 2.7% 급락했다.
MMF에서는 16일 정점으로 급격히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설정액은 4거래일 만에 2조원 가까이 줄어 118조8238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세 등을 고려할 때 MMF에서 환매된 돈은 위험자산으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풀이된다.
브렉시트 우려를 반영했던 주요국의 환율도 ‘되돌림’ 현상이 나타났다. 24일 국민투표에서 영국의 EU 잔류가 우세하다는 최종 여론조사가 공개되면서 파운드화는 전날보다 1.05% 상승한 1.4852달러에 거래돼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로는 달러에 대해 0.50% 오른 1.1349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1.1421달러로 상승해 6주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코스피 뒤흔들 불확실성은 ‘산적’= 문제는 브렉시트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대통령 선거 등으로 대외변수에 민감한 국내 증시가 또다시 ‘고초’를 겪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반기 증시의 가장 큰 변수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 외국 자본의 국내 증시 이탈 가능성이 커진다. 장기적으로는 코스피의 추가 상승도 어려워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르면 7월 또는 9월께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 이슈가 종료되는 상황을 지켜본 뒤,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한 차례씩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특히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보일 경우 글로벌 증시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공약이 금리 정상화, 보호무역, 석유ㆍ가스개발이라는 점에서 신흥국과 유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에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이슈 이후에는 글로벌 불확실성 변수인 미국 금리 인상과 대통령 선거, 주요 2개국(G2) 경기 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동할 것”이라며 “위험자산 비중을 축소하고 포트폴리오를 안정화할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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