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측이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에 관세폭탄을 예고한데 이어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의 보조금 지급 정책 전면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당장 멕시코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현지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국내 자동차·가전 업체의 타격이 우려되는 가운데, 칩스법 보조금 약속을 받았던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사업계획도 위태롭게 됐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향후 6개월이 우리 산업의 운명을 가르는 골든타임”이라고 했는데, 무엇보다 미국의 정권 교체기 정부의 대미 협상력이 최대 관건이라 할 것이다.

조 바이든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인 칩스법에 대한 노골적인 반대 목소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트럼프 2기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게 된 비벡 라마스와미로부터 나왔다. 그는 26일(현지시간) 엑스에 올린 글에서 바이든 정부가 임기 내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마무리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는 전날에도 DOGE가 바이든 정부의 막판 지출과 계약을 면밀히 조사하도록 권고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 상무부는 칩스법에 따른 390억 달러의 보조금 중 대부분을 기업에 배정했으나 이중 약 300억 달러는 복잡한 정부 협상 과정에 있어 아직 실제 자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돼 있다. 바이든 정부로부터 각각 64억달러와 4억5000만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으나 아직 최종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은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2030년까지 총 4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설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25일 밝혔는데, 특히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기아와 삼성·LG전자 등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가 출범 전부터 우리 경제 주축인 자동차·반도체·가전 분야를 전방위로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27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 회의’에서 “이제 정부는 기업과 함께 달리는 ‘플레이어’가 되겠다”며 “(미국과) 정부 간 협력 채널을 전방위로 가동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엔 임기 내 칩스법 보조금 지급이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재촉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중에선 실현 가능한 것을 선별하고, 미국의 핵심 이해와 맞춰 설득하는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강·온의 모든 협상 카드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