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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가리스’ 무리수에 불매 역풍…이번에도 ‘자충수’ 둔 남양유업
코로나 효과 연구 발표 강행에
식약처·거래소 ‘문제있다’ 조사
소비자 “남양이 남양했다” 뿔나
서울 시내 한 대형 마트에 남양유업 불가리스가 진열돼 있다. [연합]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으로 또다시 위기에 몰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은 법 위반 여부 조사에 나섰고, 불가리스를 생산하는 세종공장은 가동 중단위기까지 몰렸다. 소비자들은 ‘대리점 갑질 논란’ 이후 8년 만에 불매운동에 나설 조짐이다. 업계에선 남양유업의 이 같은 위기를 브레이크 없는 ‘무리수 경영’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논란’은 지난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주관한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시작됐다. 심포지엄 내용은 발효유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99.999% 사멸, 코로나바이러스는 77.78% 저감 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실험에서 사용된 발효유는 남양유업의 ‘불가리스’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만 놓고 보면 획기적인 내용이었지만 막상 발표 현장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 우선 행사 주관기관은 한국의과학연구원이라는 민간기관이었지만 현장에는 남양유업 관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연구도 남양유업 산하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와 충남대 수의과가 동시에 진행했지만 충남대 수의과에서는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표 발표자로 나선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남양유업의 미등기이사였다. 박 소장은 지난 2010년 ‘불가리스 20’s true’가 출시될 때 남양유업에서 연구개발본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번 연구 결과가 남양유업의 ’셀프 연구‘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논란의 소지가 충분한 심포지엄이 내부적으로 어떠한 ’브레이크‘ 없이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는 남양유업이 지난 3월에 발족한 산하연구소다. 한 달여 만에 발효유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증명한 셈이다. 바이러스 연구가 빠르면 수개월에서 길면 수십년간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나 의약품이 아니라 식품을 특정 질병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는 것은 업계의 불문율이다. 이 같은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일이 진행됐다는 것은 남양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을 통해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에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이번 불가리스 사태를 주도했다고 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연구 결과 발표 이후 남양유업의 대처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남양유업은 발효유 연구 결과에 대한 사회적 논란에도 즉각 대처하지 않고, 이틀 후 사과문을 내는 데 그쳤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경쟁사 비방댓글이나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올 때처럼 진정성 있는 사과나 행동보다 변명이나 이미지 광고 등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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