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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혈압 환자, 여름철엔 ‘저혈압’ 조심하라고?
‘발암물질 고혈압약 사태’ 이후 여름철 관리법에 대한 고혈압 환자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외래 진료실 앞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혈압약 판매 중지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5년새 환자 12%…국민 12% 약복용
더운날씨엔 겨울보다 혈압 낮아지지만
탈수로 온열질환·전해질장애 유발 위험
심부전·동맥경화·협심증 등 발병 주의
나이·체력맞는 운동으로 체중관리 필수


통상 여름은 고혈압 환자가 다른 계절에 비해 비교적 안심할 수 있는 계절로 여겨진다. 혈압은 여름에는 낮아지고 겨울에는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발암물질이 포함된 고혈압 치료제가 논란이 되면서 고혈압 환자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알려진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함유된 성분 의약품인 ‘발사르탄’으로 제조된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가 17만8536명(지난해 기준 전체 고혈압 환자의 약 3%)이나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련 약을 복용하는 것 외에도 여름철에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여름이라고 특별히 혈압에 신경써야 하는 사항은 없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체중 조절, 식이 요법, 운동과 함께 복용하는 약도 거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려 탈수가 올 수 있다. 탈수는 전해질 이상, 온열 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틈틈이 수분을 보충해 주는 등 슬기로운 대처법이 필요하다. 


▶전체 인구의 약 12%, 고혈압약 복용=고혈압 진료 인원은 점차 늘고 있다. 2012년 540만명에서 2017년 604만명으로 최근 5년 새 12%나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약 5177만명)의 약 12%가 날마다 고혈압약을 먹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발암물질 고혈압약 사태’에 환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민감해하는 이유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고혈압 질환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2012년 540만명 ▷2013년 552만명 ▷2014년 556만명 ▷2015년 571만명 ▷2016년 590만명 ▷2017년 604만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5년간 증가율은 11.9%, 연평균 증가율은 2.3%였다.

남성은 2012년 255만명에서 2017년 298만명으로 연평균 3.2% 증가했고, 여성은 같은 기간 285만명에서 307만명으로 연평균 1.5% 늘었다. 환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70대 이상(197만7000명ㆍ32.7%)이 가장 많았고, 이어 60대(168만명ㆍ27.8%), 50대(154만8000명ㆍ25.6%) 등의 순이었다. 연령대별 인구수를 보정한 인구 10만명당 진료인원은 70대 이상 남성(3만8000명)이 가장 많았다. 50대까지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지만, 60대 이후에서는 여성이 더 많았다.

오성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70대 이상 고혈압 환자가 많은 이유는 연령이 증가하면 혈관도 노화해 동맥의 이완 기능이 떨어지고 경직도가 증가한다”며 “동맥경화의 진행과 함께 고혈압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의 경우 폐경에 따른 호르몬 변화로 혈관의 보호 작용이 떨어지고 콜레스테롤에 유익한 영향을 끼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없어지면서 환자가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혈압은 혈액이 전신을 순환하는 데 필요한 압력을 뜻한다. 고혈압이란 혈압이 정상 수치보다 높은 상태로 올라가는 것으로, 보통 수축기(최고) 혈압이 140㎜Hg 이상, 확장기(최저) 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를 뜻한다.

오 교수는 “고혈압 질환을 치료 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장이 과도한 일을 하게 되면서 심부전이 생기고, 관상동맥의 동맥경화를 유발시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생길 수 있다”며 “지속적인 신장 기능의 저하로 신부전을 유발시키고, 눈의 혈관에 합병증이 생기면 심할 경우 실명할 수도 있다. 뇌로 가는 혈관을 손상시켜서 뇌졸중의 위험도를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여러 가지 합병증은 일단 생기면 완치가 불가능하다”며 “합병증이 생기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고 악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름에는 탈수ㆍ저혈압 등 주의”=일반적으로 고혈압은 겨울에 주의해야 하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에는 혈압이 낮아진다고 생각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대처하는 환자도 많다. 실제로 여름에는 기온이 높아 혈관이 팽창돼 혈압이 떨어진다. 하지만 고혈압 환자는 혈압약을 복용하거나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서 혈압이 더 떨어져 자칫 정신을 잃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김우식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고혈압 환자는 대개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약제는 수분ㆍ전해질 대사에 영향을 미친다”며 “고혈압 환자가 장시간 고온의 환경에 노출될 경우 갑작스러운 저혈압이나 전해질 이상으로 인한 의식 저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탈수가 특히 고혈압 환자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 탈수는 전해질 장애는 물론 열사병 등 온열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며 “만성 콩팥병을 함께 앓고 있는 환자는 과일, 채소를 과다하게 섭취하면 고칼륨혈증이 나타나 위험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고혈압 환자는 온열 질환을 막기 위해 무더운 날씨에 야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부득이 외출해야 한다면 나서기 전에 탈수를 막기 위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평소 복용하는 약제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김 교수는 “장기간 피서를 갈 때 약 복용을 못하는 환자를 종종 본다”며 “고혈압 환자가 복용중인 항고혈압제를 중단하면 갑작스럽게 혈압이 상승될 수 있으므로 약은 꼭 가져가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이 요법, 운동 등으로 체중을 조절하면 혈압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오 교수는 “고혈압 환자는 주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면서 염분 섭취를 줄여야 한다”며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서 고열량ㆍ고콜레스테롤 음식을 자제하면 혈압 강하에 도움이 된다. 나이와 체력에 맞는 운동으로 체중을 관리하면 역시 혈압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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