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자비용만 1조달러…국방예산보다 큰 부담
세계 중앙은행 금 순매입 지속…올 상반기 345톤
금값 조정에도 ‘2030년 한 돈 300만원’ 전망 유지
[헤럴드경제=송하준·문이림 기자] “지금 우리는 통화 질서가 재설계되는 변곡점에 와 있습니다. 현금이 무조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조규원 스태커스 대표는 2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럴드 머니페스타 2026’의 ‘금, 전망부터 방법까지 40분만에 이해하기’ 강연에서 미국의 국가부채 증가와 달러에 대한 신뢰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화폐 가치가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금과 은 등 실물자산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고대 로마의 데나리우스부터 금본위제와 브레턴우즈 체제, 1971년 금태환 중단까지 화폐의 역사를 짚었다. 그는 “인류가 5000년 전부터 지금까지 금과 은을 돈의 가치이자 가치 저장 수단으로 사용한 이유는 단순한 역사적 우연만은 아니었다”며 “금이 가장 가치 있는 이유는 희소성이다. 무엇보다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통화질서 변화의 핵심 배경으로는 미국의 재정 부담을 꼽았다. 미국 연방정부 국가부채는 올해 40조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026회계연도 미국 정부의 순이자지출이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조 대표는 “금이라는 브레이크가 있을 때는 화폐 발행량을 크게 늘리기 어려웠지만 금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뒤 빚을 지고 돈을 푸는 것이 쉬워졌다”며 “미국이 1년에 거두는 세수가 약 5조달러인데 이제는 빚에 대한 이자만으로 1조달러를 지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의 연간 예산(9000억달러)보다 많은 금액을 이자로 부담하고 있다는 얘기다.
달러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의 인식 변화도 강조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었지만 지금은 50%대로 낮아졌다”며 “내일 당장 달러가 망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추세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량은 345톤을 기록했다. WGC가 76개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45%가 향후 1년 자체 금 보유량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조 대표는 “세계 중앙은행들은 2010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금을 사고 있다”며 “금 매입이 늘어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화폐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금 거래도 크게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이달 2일까지 KRX 금시장 거래대금은 19조42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조9587억원보다 77.2% 증가했다. 개인투자자의 매수대금도 같은 기간 5조3397억원에서 8조5762억원으로 60.6% 늘었다.
반면 금 가격은 1년 전보다 낮은 수준이다. KRX 금시장의 ‘금 99.99_1kg’ 종가는 2일 1g당 18만2770원으로 지난해 10월 2일 18만7300원보다 2.4% 하락했다. 한 돈(3.75g)으로 환산하면 약 70만2000원에서 68만5000원으로 낮아졌다.
조 대표는 이 같은 가격 조정에도 지난해 제시한 ‘2030년 금 한 돈 300만원’ 전망을 유지했다. 그는 “어떤 자산이든 계속 오르기만 하는 자산은 없다”며 “지금의 조정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금의 가치가 훼손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금에 대한 논리를 더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300만원의 근거로는 미국의 본원통화와 금 보유량을 들었다. 조 대표는 “미국의 본원통화 5조2000억달러를 미국이 보유한 금 8133톤으로 나누면 금 가격이 온스당 약 2만달러가 된다”며 “원/달러 환율 등을 감안하면 국내 금 가격으로 한 돈에 300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30년이라는 시점을 제시한 근거는 금의 공급 사이클이다. 그는 “금은 탐사와 채굴, 인프라 구축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공급 사이클이 10~15년 정도 걸린다”며 “2019년부터 상승 사이클이 시작됐고 과거 금 가격 상승 사이클이 평균 10.8년간 이어졌다는 점과 금 공급량을 대입하면 2030년께 국내 금 가격은 한 돈에 300만원을 지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이 금 가격에 악재라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조 대표는 “금은 이자나 배당을 주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금에 불리하다는 이야기는 반만 맞는다”며 “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명목금리보다 실질금리”라고 말했다. 이어 “고질적인 인플레이션과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 하락은 장기적으로 금 가격이 상승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hajun825@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