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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車는 같은데, 유럽에선 고연비, 한국선 저연비. 왜?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수입차 업체들은 한국에 신모델을 출시하기 위한 최종 인증 과정을 거칠 때마다 바짝 긴장하곤 한다. 태어난 고향에서 받은 연비 인증 결과보다 현저히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기 일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출시된 렉서스 NX300h는 일본에서 19.8㎞/ℓ에 이르는 복합연비를 인증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12.6㎞/ℓ에 불과했고, 프랑스 푸조의 뉴 308은 유럽 인증 연비인 24.4㎞/ℓ보다 40% 이상 낮은 14.6㎞/ℓ로 인증받았다.

이처럼 같은 차량임에도 다른 차에 대한 평가인 것처럼 공인 연비가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각 국가별로 연비를 측정하고 인증하는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기존보다 강화된 ‘복합연비’를 기준으로 연비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LA지역 자동차의 운행 패턴을 기준으로 만든 미국의 연비측정 방식과 동일하게 도심주행 연비와 고속도로주행 연비에 각각 55%, 45%의 가중치를 적용해 산출한다. 연비측정 방법은 갓 출고된 신차를 3000㎞ 이상을 달려 길들인 뒤 실험실 내 차대동력기와 배출가스 분석계를 이용해 섭씨 25도의 온도에서 고속 및 급가속, 에어컨 작동 상황과 동절기 주행 등 ‘5-사이클(Cycle)’ 모드를 적용해 주행을 하면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로 연료 소모량을 측정, 연비를 역산한다.


반면 유럽연합(EU)에서는 ‘NEDC’라고 하는 연비측정 방식이 채택되고 있다. 한국에 비해 고속주행 환경이 더 많은 유럽 현지 특징을 반영해 도심주행 연비(ECE15) 36.8%, 고속주행 연비(EUDC) 63.2%로 고속주행에 더 많은 가중치를 매겨 연비를 측정하고 있어 한국에 비해 같은 차량이라도 연비가 더 높게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은 정속 주행 시간이 길고 급가속 등을 최대한 배제한 ‘JC08모드’란 연비 측정 제도를 적용하고 있으며, 중국은 EU와 같은 방식으로 연비를 측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차량이라도 국가별로 복합연비는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 싼타페 2.2 디젤 4륜구동 모델의 경우 한국에서 복합연비는 13.8㎞/ℓ에 불과하지만 유럽에서는 17.7㎞/ℓ까지 올라가며, 기아차 쏘울 1.6 가솔린 모델의 경우 한국에서 복합연비는 11.5㎞/ℓ지만 유럽에서는 14.7㎞/ℓ에 이른다.


수입차 역시 마찬가지다. 독일에서 각각 복합연비 20.4㎞/ℓ, 23.8~25㎞/ℓ인 BMW 520d와 메르세데스 벤츠 C220 블루텍이 한국에선 각각 16.9㎞/ℓ, 17.4㎞/ℓ로 떨어진다. 독일차 뿐만 아니라 일본차인 도요타 프리우스는 한국 기준 21㎞/ℓ지만 일본에서는 30.4㎞/ℓ 이상이며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도 한국(16.4㎞/ℓ)보다 일본(23.4㎞/ℓ)에서 더 높게 나온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측정 방식의 차이로 인해 결과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현지 연비와 국내 연비의 차이가 너무 커 소비자들이 구매 의사를 결정하는 데 혼란을 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각각 다른 연비 기준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연합(UN) ‘자동차기준세계포럼’에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33개 국가와 지역이 모여 자동차 연비를 측정하는 기준을 통일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UN에서는 앞으로 저속, 중속, 중고속, 고속의 4가지 유형으로 주행하는 경우의 연비 측정 기준을 각각 마련할 계획”이라며 “연비 기준에 대한 통합 움직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최근 앞다퉈 연비 측정 기준을 강화하고 있어 완성차 업계는 연비기준 충족을 위한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020년까지 연비 기준을 24.3㎞/ℓ로 강화하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EU, 일본이 공인연비와 실연비가 다르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트랙 주행 시험 의무화 등 연비 기준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포드가 6개 모델의 표시 연비가 실연비 보다 낮다는 것이 밝혀져 20만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했고, 현대ㆍ기아차 역시 지난 2012년 3억9500만달러(약 4000억원)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받았으며, 지난 4일 1억달러(1076억원)의 벌금과 2억달러어치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규제 포인트 475만점 삭감 조치를 당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연비 기준 강화에 맞는 기술 개발을 위해 업체들의 부담은 커지겠지만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대ㆍ기아차는 지난 6일 2020년까지 연비를 평균 25% 향상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놓았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단순히 연비를 지금보다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고연비가 현대ㆍ기아차의 강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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