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임차인으로 수억 전세대출 받아 가로채

선량한 임차인들 속여 보증금 수십억원 편취

서울의 한 다가구 주택. [헤럴드DB]
서울의 한 다가구 주택. [헤럴드DB]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존재하지 않는 ‘유령 호실’을 이용해 은행에서 전세 대출금을 받아 가로채고 임차인들에게 보증금까지 편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전세사기 일당 11명을 검거하고 이 중 총책과 건물 관리인 등 2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총책은 2023년 3월부터 7월까지 과거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일한 중개보조원 3명을 유령 호실의 허위 임차인으로 내세웠다. 이들 명의로 가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 은행에서 주거용 전세 대출금 3억68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총책은 건물 관리인, 임대인과 함께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2021년 7월부터 2024년 3월까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다가구주택을 매입했다. 이후 임차인 17명과 임대차계약을 맺으면서 부동산 권리관계를 허위로 알리는 수법으로 보증금 22억900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피의자 관계도 [서울 관악경찰서 제공]
주요 피의자 관계도 [서울 관악경찰서 제공]

피의자들은 다가구주택의 특성을 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가구주택은 등기부등본에 개별 호실이 구분돼 있지 않아 주민센터나 금융기관이 서류만으로 실제 호실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들은 이런 점을 이용해 존재하지 않는 호실을 실제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것처럼 꾸며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전세 사기 피해 신고를 접수한 뒤 임대인과 건물관리인을 수사했다. 임대차계약을 주도한 건물 관리인을 먼저 구속한 데 이어 추가 수사를 통해 범행을 지시한 총책도 특정해 구속했다.

경찰은 추가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 있는지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 계약을 체결할 때는 등기부등본상 근저당권뿐 아니라 건물 가액과 선순위 임차인들의 보증금 합계액을 확인해 실제 담보가치를 따져봐야 한다”며 “건물 가액에 비해 근저당권이나 선순위 보증금이 과도하면 경매 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큰 만큼 계약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newda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