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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매매특별법 10년, 그후] 음지의 性은 죽지 않았다…변종업소는 오히려 불야성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매춘(賣春)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역사가 오랜만큼 근절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통계가 입증한다.

한국에서는 ‘성매매와의 전쟁’이 10년째 진행 중이다.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으로 통칭되는 성매매처벌법과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났다. 23일로 10년이 되는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는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켰고 이에 따라 강력한 단속활동도 이뤄졌다.

시행 후 성과는 작지 않았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2004년 성매매 집결지와 종업원 수는 1679곳(5567명)에서 2010년 760곳(1669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집결지를 없애는 과정에서 생계 터전을 잃은 성매매여성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지난 5월 강원도 춘천의 집결지인 ‘난초촌’이 최초로 자진폐쇄에 들어가는 등 긍정적 사례도 있었다. 춘천시는 업주ㆍ성매매여성들과 합의를 통해 600만원의 이주비와 1000만원의 특별생계비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자진철거를 이끌어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성매매가 자유로운 의사로 이뤄지며 손쉽게 돈을 번다는 생각은 허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여가부의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여성 대부분이 10대에 성매매에 발을 들이며 생존 문제로 ‘창살없는 감옥’에 갇히고 만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성매매특별법은 강요에 의해 성매매가 이뤄질 경우 성매매여성을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로 보고 사회구조적 시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윤락행위 등 방지법’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성매매를 완전히 ‘뿌리뽑기’에는 실패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성매매 검거 인원은 2009년 7만1953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로 주춤한 상태다. 이후 2010년 2만8244명으로 급감하더니 2011년 2만6138명, 2012년 2만1107명, 지난해 2만1782명, 올들어 8월까지 1만4608명을 기록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지 23일로 10년이 되지만, 음지의 성(性)은 여전하다. 옛날 성매매 업소가 변종업소로 탈바꿈만 했다. 섹시바, 립카페, 전화방, 귀청소방 등 새로운 성매매업소는 모락모락 피었다가 활황을 맞고, 단속망에 걸리면 움츠려들었다가 다시 활개를 친다. 사진은 강남역 유흥가를 특수렌즈로 촬영한 장면.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이에 단속 의지가 약화된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이른바 ‘조두순 사건’ 등 아동ㆍ청소년 성폭력 사건이 불거지며 성매매 단속에서 성폭력 사건 수사로 무게중심이 이동했고 강력한 단속으로 집결지가 해체되는 등 성매매가 잠잠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성매매특별법 탓에 되레 성매매가 일상으로 파고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ㆍ변종업소들이 활개치며 ‘풍선효과’를 불렀다는 것이다. 경찰의 신ㆍ변종업소 단속 실적은 2010년 2068건에서 2011년(2932건), 2012년(4731건), 지난해(4706건), 올들어 8월 현재(4170건) 등 매년 증가세다. 종류도 귀청소방, 립카페, 유리방 등 다양하다. 신변종으로 진화한 셈이다.

단속 어려움도 문제다. 성매매가 단속을 피해 갈수록 음성화ㆍ지능화한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성매매특별법 반대론자들은 불법화의 부작용을 지적한다. 정관영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는 “성매매특별법이 자발적 성매매 당사자의 성적자기결정권, 직업의 자유 등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되레 이 법으로 인해 변태적 성매매가 은밀하고 깊숙하게 주택가에 파고들었다”며 했다.
정 변호사는 또 “이 법에 따르면 위계ㆍ위력에 의한 성매매의 경우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보호한다지만 입증이 쉽지 않다. 입증이 되지 않으면 범죄 사실만 자백하는 꼴이 된다”며 “성매매특별법이 여성 전과자들만 양산하고 있다”고 한계를 꼬집었다. 그는 다만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온갖 변태적 성매매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성매매를 음지에 둘 것 만이 아니라 국가에서 관리를 하고 정당한 직업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라며 “성매매를 법으로 처벌한다면 성매매는 숨어들 뿐”이라고 덧붙였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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