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태풍이 바꾼 ‘사이판 여행 지도’ [트래블ON]
[헤럴드경제(사이판)=김명상 기자] 태풍이 휩쓸고 간 사이판은 심각한 피해를 봤지만, 역설적으로 관광 생태계의 내실을 다지는 전환점을 맞기도 했다. 섬 관광의 상징이던 마나가하가 회복을 위해 일시적으로 빗장을 잠그면서, 그간 개발에서 소외됐던 동부 해안과 산악 지대의 원시적 풍경이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인파가 빠져나간 해변과 숲은 사이판이 지닌 원시 자연의 가치를 웅변했다. 번잡함에서 벗어나 한적한 여유를 온전히 누리고자 하는 여행자에게 지금의 사이판은 확실한 안식처로서 ‘당장 가야 할 곳’이 되고 있다. ‘사이판의 보석‘이자 해양 액티비티의 천국으로 불리던 마나가하섬은 8월 초 현재까지 관광객의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섬 내 시설과 기반 시설 피해 복구는 물론, 섬 내부를 채우고 있던 대형 나무들이 태풍이 몰고 온 강풍에 무더기로 부러지면서, 이곳을 번식지로 삼던 바닷새들의 서식 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된 탓이다. 마나가하섬의 부재 속에서 스노클링과 해양 액티비티를 대체할 새로
2026.08.14 11:12
전쟁의 아픔·재생의 희망 동시에 품은 그 섬, 사이판 [트래블ON]
[헤럴드경제(사이판)=김명상 기자] 열매를 잃고 초라해진 야자수와 폐허로 남은 일본군 벙커. 하나는 지난 4월 슈퍼태풍 ‘신라쿠’가 할퀴고 간 상처이고, 다른 하나는 82년 전 태평양전쟁이 남긴 잔재다.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어 두 재난은 사이판에서 공존하고 있다. 다른 점은 명확하다. 태풍에 꺾인 자연은 스스로 새순을 밀어 올리며 회복을 시작했지만, 일본의 야욕이 산산이 부서진 역사의 현장은 82년 전 그 순간에 멈춰 선 채 그대로 굳어 있다. 비행시간 4시간 반, 시차 1시간. ‘가장 가까운 미국’인 사이판은 ‘회복하는 자연과, 회복을 거부당한 역사’라는 두 가지 결을 가지고 여행객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슈퍼태풍 신라쿠는 지난 4월 사이판을 관통했다. 당시 최대 풍속이 시속 210㎞에 달했던 이 태풍은 660여 개의 전신주를 부러뜨리며 약 1만5600가구를 정전 속에서 고통받게 했다. 두 달 뒤인 7월, 슈퍼태풍 ‘바비’가 로타섬에 상륙하며 사이판에도 시속 161㎞를 넘는 돌풍
2026.08.14 10:46
대통령도 반한 푸른 빛…‘전혁림 블루’의 고향 통영
통영의 바다는 역사와 예술을 품고 흐른다.호국 영웅들과 예술가들의 자취는 한려수도의 쪽빛 물결 위에 겹겹이 쌓여 도시의 자랑이자 기둥이 됐다.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이 자리했던 호국의 거점이자, 해방 직후 한국 현대 예술의 꽃을 피워낸 예향(藝鄕) 통영은 은은하지만 언제나 여행자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기분 좋은 중독성을 지녔다. 최근 통영은 낮의 풍요로움에 밤의 화려함을 더해, 낮과 밤이 모두 즐거운 입체적인 체류형 관광도시로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통영의 바다가 꽃피운 ‘전혁림 블루’ 통영은 수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예향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피카소’,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전혁림 화백(1915~2010)은 한평생 통영의 예술적 기풍과 바다를 화폭에 담아낸 거장이다. 독학으로 미술을 익힌 그에게 고향은 단순히 ‘고향’을 넘어 마르지 않는 ‘창작의 원천’이었다. 화백이 평생 자택 마당과 작업실에서 바라본 통영 앞바다의 남빛은 그만의 시그니처 컬러 ‘전혁림 블루’로 캔버스 위에
2026.08.04 11:29
대통령도 반한 푸른 빛 ‘전혁림 블루’의 고향, 통영 [트래블ON]
[헤럴드경제(통영)=김명상 기자] 통영의 바다는 역사와 예술을 품고 흐른다. 호국 영웅들과 예술가들의 자취는 한려수도의 쪽빛 물결 위에 겹겹이 쌓여 도시의 자랑이자 기둥이 됐다.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이 자리했던 호국의 거점이자, 해방 직후 한국 현대 예술의 꽃을 피워낸 예향(藝鄕) 통영은 은은하지만 언제나 여행자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기분 좋은 중독성을 지녔다. 최근 통영은 낮의 풍요로움에 밤의 화려함을 더해, 낮과 밤이 모두 즐거운 입체적인 체류형 관광도시로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통영은 수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예향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피카소’,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전혁림 화백(1915~2010)은 한평생 통영의 예술적 기풍과 바다를 화폭에 담아낸 거장이다. 독학으로 미술을 익힌 그에게 고향은 단순히 ‘고향’을 넘어 마르지 않는 ‘창작의 원천’이었다. 화백이 평생 자택 마당과 작업실에서 바라본 통영 앞바다의 남빛은 그만의 시그니처 컬러 ‘전혁림 블루’로 캔버스 위에 다
2026.08.03 09:49
‘천연 캔버스’ 6000년의 기록…울산 반구천 암각화, 침수 딛고 불멸로
문명의 태동기, 한반도 선조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힌트가 울산에 남아 있다. 울주군 ‘반구천의 암각화’는 신석기부터 청동기를 거쳐 기원후 9세기 신라시대까지, 약 6000년에 걸친 기록을 담고 있다. 기하학적 무늬와 사냥 장면, 문자 등이 새겨진 이 암각화는 선사 문화의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한반도의 타임캡슐이라 불러도 무방할 이 유적은 현대적인 산업도시 울산의 풍경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오늘도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천연 캔버스에 6000년간 새긴 그림 “지워진 게 아닙니다. 해가 들지 않아서 잘 보이지 않는 거예요.” 박미현 울산시청 학예연구사가 군중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반구대 암각화의 경우는 오후 3시 30분부터 4시 30분 정도에 해가 가장 잘 듭니다. 이 시간 이외에 방문하시는 분들은 암각화가 지워졌다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국보 ‘천전리 명문 및 암각화’를 아우르는 명
2026.07.21 11:45
6000년의 기록 ‘천연 캔버스’, 침수 딛고 불멸로 [트래블ON]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문명의 태동기, 한반도 선조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힌트가 울산에 남아 있다. 울주군 ‘반구천의 암각화’는 신석기부터 청동기를 거쳐 기원후 9세기 신라시대까지, 약 6000년에 걸친 기록을 담고 있다. 기하학적 무늬와 사냥 장면, 문자 등이 새겨진 이 암각화는 선사 문화의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한반도의 타임캡슐이라 불러도 무방할 이 유적은 현대적인 산업도시 울산의 풍경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오늘도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지워진 게 아닙니다. 해가 들지 않아서 잘 보이지 않는 거예요.” 박미현 울산시청 학예연구사가 군중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반구대 암각화의 경우는 오후 3시 30분부터 4시 30분 정도에 해가 가장 잘 듭니다. 이 시간 이외에 방문하시는 분들은 암각화가 지워졌다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국보 ‘천전리 명문 및 암각화’를 아우르는 명칭이다. 방
2026.07.20 09:32
발밑은 아찔, 눈앞은 감탄…사량도가 숨겨둔 천혜의 비경
‘섬’이라 하면 흔히 파도 소리와 나른한 여유를 떠올린다. 하지만 경남 통영시 사량도는 이런 통념을 단숨에 뒤집는다. 능선을 따라 늘어선 기암괴석의 행렬은 설악산 공룡능선을 축소한 듯 험하고 거칠다. 바위산의 위압감에 넋을 놓기도 잠시, 정상에 오르면 사방으로 펼쳐지는 한려수도의 쪽빛 비경이 발길을 붙잡는다. 산과 바다가 한 몸처럼 엮여 눈을 홀리는 이곳의 마력에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구렁이 전설 위에 선 천혜의 절경 사량도의 본래 이름은 ‘박도’였다. 윗섬은 상박도, 아랫섬은 하박도로 불렸다. 다만 두 섬 사이를 흐르는 해협의 모양이 가늘고 긴 뱀처럼 구불구불해 이 해협을 ‘사량(蛇梁)’이라 불렀고, 섬의 이름에 반영되며 지금의 사량도가 됐다. 또 다른 민간 설화에서는 섬의 옥녀봉에 살던 옥녀를 연모한 거대한 구렁이 한 마리가 서려 있다고 전해진다. 그 영향으로 과거 섬 주민들은 마을이나 산길에서 구렁이나 뱀을 봐도 해치지 않고 영물로 대접하며 공존했다. 사량도를
2026.07.14 11:52
발밑은 아찔, 눈앞은 감탄…사량도가 숨겨둔 천혜의 비경 [트래블ON]
[헤럴드경제=김명상 기자] ‘섬’이라 하면 흔히 파도 소리와 나른한 여유를 떠올린다. 하지만 경남 통영시 사량도는 이런 통념을 단숨에 뒤집는다. 능선을 따라 늘어선 기암괴석의 행렬은 설악산 공룡능선을 축소한 듯 험하고 거칠다. 바위산의 위압감에 넋을 놓기도 잠시, 정상에 오르면 사방으로 펼쳐지는 한려수도의 쪽빛 비경이 발길을 붙잡는다. 산과 바다가 한 몸처럼 엮여 눈을 홀리는 이곳의 마력에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사량도의 본래 이름은 ‘박도’였다. 윗섬은 상박도, 아랫섬은 하박도로 불렸다. 다만 두 섬 사이를 흐르는 해협의 모양이 가늘고 긴 뱀처럼 구불구불해 이 해협을 ‘사량(蛇梁)’이라 불렀고, 섬의 이름에 반영되며 지금의 사량도가 됐다. 또 다른 민간 설화에서는 섬의 옥녀봉에 살던 옥녀를 연모한 거대한 구렁이 한 마리가 서려 있다고 전해진다. 그 영향으로 과거 섬 주민들은 마을이나 산길에서 구렁이나 뱀을 봐도 해치지 않고 영물로 대접하며 공존했다. 사량도를 찾는
2026.07.13 09:35
하나된 숨결로 가르는 물살…혼연일체의 용선 경주
화려한 마천루가 호위하는 홍콩 빅토리아 하버. 수십 개의 노가 동시에 물살을 가르는 순간, 발밑의 땅까지 울릴 듯한 함성이 터진다. 0.1초에 희비가 엇갈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선수들이 탄 보트 주변으로 튀어 오르는 물방울은 이들이 흘린 땀방울과 닮았다. 고층 빌딩 숲이 만들어낸 우아한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원시적인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역설의 이벤트, 그 어떤 계절보다 뜨거운 생명력으로 요동치는 ‘홍콩 드래곤보트(용선) 페스티벌’의 현장이다. 하나로 뭉친다…종이 한 장 차이의 승부 홍콩 관광과 쇼핑의 중심지인 침사추이 해안 산책로 일대에 이르자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붉은 문이 나타났다. 화려하게 장식된 문을 넘어서는 순간, 도심의 분주함은 사라지고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홍콩 드래곤보트 페스티벌’은 매년 음력 5월 5일 단오절 전후에 열리는 홍콩의 대표적인 여름 축제이자,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글로벌 수상 스포츠다. 올해 축제에는 한국을
2026.07.07 11:41
선상에서 전망대서…홍콩 빌딩숲 ‘별들이 소곤대는’ 이 밤
홍콩은 밤이 특별한 도시로 유명하다. 야경은 홍콩을 ‘환상의 도시’로 각인시킨 핵심 요소다. 빅토리아 하버를 중심으로 고층 빌딩과 화려한 네온사인이 밤새 불을 밝히는 홍콩은 멋지고 화려한 현대적 도시의 대명사가 됐다. ‘홍콩 간다’는 말이 새롭고 신기한 곳으로 간다는 관용어구로 쓰이는 이유도 바로 홍콩의 야경에서 찾을 수 있다. 이처럼 황홀경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홍콩의 야경은 오늘날에도 ‘동양의 진주’라는 오랜 명성을 증명하고 있다. 붉은 돛단배, 21세기 마천루를 품다 해가 지면 빅토리아 하버에 늘어선 빌딩들이 일제히 조명을 밝힌다. 이 야경은 바다 위와 산 위에서 각각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침사추이 부두 선착장에는 새빨간 돛을 펼친 배 한 척이 정박해 있다. 과거 홍콩의 어민들이 타던 중국 전통 돛단배인 정크선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아쿠아루나’다. 전통 방식과 목재만을 고수해 제작한 이 배가 현대적인 홍콩의 빌딩 숲을 배경으로 운항하는 모습은 독특한 경관을 자아낸다. 배에
2026.07.07 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