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대 빵에 랜덤깡 재미…2030세대 사로잡아

두쫀쿠·치폴레까지, 반복되는 식품업계 품절 열풍

20대 직장인 유세현 씨가 오전 8시 물건 입고 시간에 맞춰 편의점을 찾아 민음사 빵 3개를 구매했다. 괴테와의 대화 책갈피는 1만6500원에 웃돈이 붙어 거래될 정도로 인기다. [독자 제공]
20대 직장인 유세현 씨가 오전 8시 물건 입고 시간에 맞춰 편의점을 찾아 민음사 빵 3개를 구매했다. 괴테와의 대화 책갈피는 1만6500원에 웃돈이 붙어 거래될 정도로 인기다. [독자 제공]
품절사태에 이어 고가의 책갈피 중고거래로 주목받고 있는 ‘민음사 빵’ 제품. [GS리테일 제공]
품절사태에 이어 고가의 책갈피 중고거래로 주목받고 있는 ‘민음사 빵’ 제품. [GS리테일 제공]

[헤럴드경제=박연수 기자] “이게 빵인지 책갈피 뽑기인지.”

빵 하나 사려고 줄을 서는 시대에, 정작 사람들이 노리는 건 그 안에 든 플라스틱 조각이다. GS25가 지난달 21일 선보인 민음사 빵 속 책갈피가 빵값을 훌쩍 뛰어넘었다. 책 한 권 가격, 심지어 그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빵 속 동봉된 20종 책갈피 중 인기 디자인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웃돈이 붙어 팔리고 있다. ‘오만과 편견’ 책갈피가 대표적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오만과 편견’ 도서 가격은 1만3000원인데, 책갈피는 최대 2만9000원에 올라왔다. 책보다 책갈피가 두 배 가까이 비싼 셈이다. ‘햄릿’,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 다른 책갈피도 빵 가격의 2배가 됐다.

출시 2주가 지났지만 열기는 여전하다. 빵을 구하려는 소비자들은 편의점 입고 시간에 맞춰 매장을 찾는다. 매대에 진열되기도 전에 트레이째 팔릴 정도다. 점주들은 물량 확보에 분주하다. 일부 매장은 아예 1인당 1개로 개수를 제한했다. 8일 기준 누적 판매량은 71만개에 달한다.

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소비자가 빵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책갈피라는 굿즈를 얻기 위한 소비”라며 “랜덤성이 도파민과 수집 욕구를 자극하고, 원하는 상품이 나오지 않을수록 추가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실제 20대 직장인 유세현 씨는 출근 전 오전 8시부터 편의점을 찾아 중고거래 시세 1만6500원짜리 ‘괴테와의 대화’ 책갈피를 손에 넣었다. 그는 “다들 핫하다고 하니 ‘나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책갈피가 랜덤으로 들어 있어 더 궁금하고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상의 힘듦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을 자주 소비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인기 요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2030세대가 놀이처럼 즐기는 ‘랜덤깡’이 구매욕을 자극했다. 뜯어보기 전엔 뭐가 나올지 모르는 방식이 기대감과 도파민을 만든다. 20종 중 어떤 책갈피가 걸릴지 모르는 개봉 과정 자체가 놀이가 됐다. 여기에 3000원대 가격이 진입장벽을 낮췄다. 랜덤깡 성지로 불리는 팝마트 제품이 1만6000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부담 없는 가격이다.

촉촉한 황치즈칩 단종을 알리는 소셜미디어 게시물 [인스타그램]
촉촉한 황치즈칩 단종을 알리는 소셜미디어 게시물 [인스타그램]

귀여운 디자인도 한몫했다. 기존 세계문학전집 표지 대신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인기를 끌었던 디자인을 활용했다. 민음사 자체 유튜브 채널이 2030세대 사이에서 독서 열풍을 이끌고 있는 흐름도 겹쳤다. 책만 읽는 게 아니라 출판사와 작가, 디자인까지 콘텐츠로 소비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독서에 대한 관심은 높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로 2023년보다 4.5%포인트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20대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75.3%로 전체 성인 평균의 약 2배였다.

민음사빵 구매 고객도 2030세대 여성이 주도했다. 20대 여성이 26%로 가장 많았고, 30대 여성이 25%로 뒤를 이었다. 40대 여성은 13%, 20대 남성은 10%였다. 2030 여성 고객이 전체의 51%를 차지했다.

웃돈 거래와 오픈런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2014년 출시된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이 대표적이다. 당시엔 빈 봉지만 파는 글이 올라오거나 ‘허니버터칩 향’을 판다는 게시물까지 등장했다. 올해 3월에는 오리온 ‘촉촉한 황치즈칩’이 출시 직후 품귀현상이 이어졌다. 2주 만에 38만 박스, 낱개로는 503만2000개가 출고됐다.

지난해 말엔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타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장마다 오픈런이 이어졌다. 제품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한 개에 2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지난 2일 국내 첫 매장을 연 치폴레도 마찬가지다. 개점 당일부터 매장 앞에 1시간 넘는 대기 행렬이 생겼다. 추가 매장이 문을 열기 전까지 열풍이 이어질 것이란 반응도 감지된다.

황 교수는 “SNS를 통해 자신이 얻은 상품을 인증하면서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확산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며 “랜덤성과 희소성을 결합한 방식이 최근 사업자들의 ‘표준 히트 레시피’가 되고 있지만, 열풍이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만큼 다음 소비를 이끌어낼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직원이 두바이 쫀득 쿠키를 진열대에 담고 있다. [헤럴드DB]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직원이 두바이 쫀득 쿠키를 진열대에 담고 있다.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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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uu@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