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뮤지션들의 삶과 시대적 맥락을 따라가며, 예술가의 내면을 들여다봅니다.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는 음악의 이면을 탐구하는 칼럼형 기사입니다.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뮤지션들의 삶과 시대적 맥락을 따라가며, 예술가의 내면을 들여다봅니다.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는 음악의 이면을 탐구하는 칼럼형 기사입니다.

“가정폭력, 정신병에 아들까지 자살”…1년 뒤 스스로 생 마감한 女가수의 이야기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그녀는 극도로 폭력적이고 학대적인 가정에서 자랐다. 청소년기에는 절도 문제로 보호시설에 수용됐다. 이후에도 불안과 우울, 반항과 충돌이 반복됐다. 가정을 이뤘지만 17세의 아들은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이듬해, 그녀 또한 삶을 등졌다. 어떤 삶은 그렇게, 납득되지 않은 채 희망없이 끝난다. 시네이드 오코너(Sinead O’Connor)는 1966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네 명의 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는 어머니로부터 반복적인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경험했다. 머리카락을 강제로 잘리고, 물건으로 구타당하고, 집 안에서 격리되거나 모욕을 당했던 기억을 스스로 인터뷰와 자서전을 통해 언급했다. 당시 아일랜드 사회 전반에 깊게 자리한 가톨릭적 규율과 체벌 문화 역시 그의 성장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였다. 부모의 이혼 이후 그는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고, 갈등은 계속됐다. 10대 초반 가출을 반복했고, 절도 문제로 경찰에 연행되기까지 했다. 15
2026.03.07 18:00
“죽여버려!”…그 날도 사람들은 돌을 던졌다, 인공지능과 일렉 기타·도구와 ‘본질’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1965년 7월 25일,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뉴포트(Newport)에서 열린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당대 최고의 포크 가수 밥 딜런(Bob Dylan)은 관객으로부터 예기치 못한, 아니 어쩌면 이미 예견됐던 비난 세례를 받았다. 관객석에서는 야유와 욕설, 항의가 터져 나왔고, 일부 관객들은 그를 향해 “배신자!”(Trator)라고 외쳤다. 이유는 하나였다. 통기타와 하모니카로 대표되던 딜런이 이날 일렉트릭 기타(electric guitar·전자 기타)를 들고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딜런은 당시 신곡이었던 ‘메기의 농장’(Maggie’s Farm)과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 등을 일렉 기타 사운드로 연주했다. 공연은 채 20분이 되지 않아 종료됐고, 이후 딜런은 앙코르 공연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다시 등장해 무대를 마무리했다.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은 당시 미국 포크 음악의 정신적 중심지였다. 당시 포크 음악
2026.02.28 14:00
“사이코패스야?” “인자한 할아버지야?”…따스한 미소 뒤에 숨겨진 ‘그 사람’의 ‘얼굴들’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영화 속에서는 서늘한 눈빛으로 사이코패스의 광기를 드러내고, 무대 위에서는 ‘개구장이’를 부르며 해맑은 에너지를 분출하고, 라디오에서는 오래된 친구처럼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한 명의 인간에게 이토록 많은 얼굴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한국음악의 거장, 산울림 출신의 김창완은 좀처럼 단일한 이미지로 수렴되지 않는다. 부드럽게 웃다가도 돌연 깊은 침묵으로 빠지고, 따스한 말끝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거리감이 남는다. 천진함과 염세, 낭만과 초연이 동시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러면서 한 순간에 존재하는 ‘얼굴들’. 그러나 그 스스로의 말에 따르면 이는 모순이 아니다. 김창완 정체성의 응축인 음악은 그에게 해방구이면서 달아나고 싶은 장소이고, 출발점이면서 목표다. 달아남과 향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자리, 그렇다면 그의 여러 얼굴 역시 하나의 정체성이 흔들린 결과라기보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내면이 표면으로 드러난 흔적에 가깝다. 어쩌면 그는 많은 얼굴을 가진
2026.02.20 08:46
“같은 사람 맞아?”…인기 절정 女가수, 충격적인 모습 포착…그녀에게 무슨 일이 [음덕후:사(史)적인 음악]
우리가 알던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이 아니었습니다. 폭발적인 성량과 정제된 감정선,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무대 위 아우라까지, 그녀는 훌륭한 뮤지션을 넘어 경외의 대상에 가까웠는데요. 1992년 영화 ‘보디가드’와 직접 부른 OST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게요’(I Will Always Love You)의 세계적인 성공은 그녀를 한 시대의 아이콘이자 ‘신화’로 자리매김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절정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10대부터 복용한 마약, 남편과의 폭력적인 관계, 파파라치의 집요한 소비 속에서 휘트니는 서서히 자신을 잃어갔습니다. “당신은 지금 정상이 아니에요” 상습적인 마약 복용과 정신적 피로에 앙상하게 마른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휘트니. 어느 TV쇼 관계자는 그녀에게 진심 어린 걱정의 말을 건네기도 했는데요. 떠들썩했던 결혼도 파국을 맞고, 휘트니는 재기를 시도하지만 결국 2012년 호텔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됩니다. 사인은 개인의 비극이었지만, 그 배경
2026.02.01 18:00
“1시간 전에도 멀쩡했는데”…호텔서 목 매 숨진 그 남자의 ‘고도를 기다리며’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떠날 수 있지만 떠나지 못한다. 두 인물은 시시콜콜한 농담을 나누며, 신발을 벗거나 모자를 고쳐쓰는 등 의미없는 행동을 반복한다. 시간은 흐르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고도’(Godot)를 기다리는 이들은 그가 누구인지, 어째서 그를 기다리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아일랜드 태생의 프랑스인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En attendant Godot) 속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나누는 농담과 우스꽝스러운 행동의 반복은 희극적 장치인 동시에 무의미라는 심연에 빠지지 않기 위한 인간의 최소 버팀목이자 유일한 저항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세계에서, 아무도 오지 않는 공허한 시간을 버티는 두 사람. 기다림은 희망의 표현이 아닌, 무너지지 않기 위해 붙들고 있는 이들의 ‘최후의 형식’이 된다. 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신인가, 구원인가, 혹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의 연속인가. 베케트
2026.01.31 18:00
“저 남자 너무 섹시해”…시대의 섹스 심볼, 음악가로 살고 시인으로 죽고 싶었던 팝스타의 이야기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현대의 대중음악인은 예술가인가, 혹은 그저 이름난 광대에 불과한가. 이들의 대중적 영향력은 어떤 문화 장르보다 강력하며,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경우 막대한 부와 명예를 거머쥐지만, 클래식 음악가나 미술가, 문학 작가와 같은 이른바 ‘고급 문화인’만큼의 대우를 받지는 못한다. 예술을 만들지만, 이들의 작품은 항상 유통 가능해야 하고 소비가 활성화돼야 하며 트렌드에 반응하고 캐릭터화돼야 한다. ‘고급 문화’는 시장 논리로부터 비교적 독립된 포지션에 서 있으며 난이도와 진입 장벽이 높지만, 대중음악은 빠르게 소비되고 널리 퍼지며, 쉽게 접근 가능하고 또 가장 빠르게 폐기된다. 영향력은 압도적이지만 권위는 부여되지 않는다. 즉, 현대 대중음악인은 강력한 문화 생산자인 동시에 가장 천하게 취급되는 예술 노동자라는 모순적 위치에 서 있다. 자본과 예술 사이에서 태어난, 막강한 영향력을 선사하는 현대적 지식인. 그러나 누구도 이들을 지식인으로 부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2026.01.24 18:00
“저 사람 눈이 왜 저래?”…그리고 흘러나오는 음악, 대중음악이 예술의 경지에 닿을 때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라디오헤드(Radiohead)의 음악 대부분은 곡의 시작과 함께 듣는 이를 곡 안으로 강하게 끌어당기는 마력에 가까운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귀를 기울일 준비도 하기 전에, 하나의 기타 스트로킹, 하나의 리프, 하나의 드럼 루프만으로 현실은 밀려나고 청자는 빠르게 곡의 내부로 진입한다. 이는 이들의 곡이 ‘전개’되는 방식이 아닌, 완성된 정서가 ‘공간을 제시’하기 때문인데, 듣는 이는 음악을 듣는 순간 곡을 감상하는 위치가 아닌 그들의 음악 안에 놓여버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감정을 설명하는 방식이 아닌 감성이 발생하게 만드는 음악. 기타는 멜로디를 이끌기보다 공기를 만들고 베이스는 리듬을 지탱하는 동시에 공간의 밀도를 조정한다. 신시사이저와 이펙트, 인파가 오고가는 효과음 등은 장식이 아닌 공간의 질감을 형성한다.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제공하는 기묘한 감각 중 하나는 무중력의 체험이다. 음악을 배경으로 두고 감상하는 상태를 넘어, 곡에 완전히 빠져들어 그
2026.01.17 18:00
“10살만 돼도 섹X는 알잖아, 여성분들은 스타킹 흔들면서 따라불러보세요”…면도날을 입에 문 래퍼, 고통과 전락은 어떻게 미학이 되는가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고통에 빠진 인간은 연민을 일으킨다. 불운과 불행으로 추락한 인간 앞에서 우리는 ‘가련함’을 읽고, 망가진 얼굴과 삐딱한 태도에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비참함의 주체가 타인이든 자신이든, 견딜 수 없는 괴로움과 전락이 자기 비하와 자기 연민, 혐오로 환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간은 그것을 설명 가능한 언어로 바꾸는 걸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이 느끼는 비극은 대게 의미를 부여받는다. 실패는 교훈으로, 상처는 성장의 재료로, 추락은 서사의 한 장면으로 정리된다. 비극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를 견디기 위해 고통은 미화되거나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봉합된다. 하지만 모든 고통이 이처럼 ‘정리 가능한 감성’으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전락에 대한 설명과 포장을 거부하고, 어떤 비참함도 교훈으로 포섭하지 않는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오히려 의미를 덧붙이지 않음으로써 고통을 더욱 또렷하게 만드는 방식을 택하는, 연민도 구원도 암시하지 않는 괴로움
2026.01.10 18:00
“돼지처럼 살 찌더니…나이도 많고 꼴보기 싫다” 女가수에게 쏟아진 융단 폭격, ‘자기관리’가 도대체 뭐길래?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자기관리’라는 말은 언제부터 외모 평가의 다른 이름이 됐을까. 살이 찌지 않았는지,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는지, 여전히 무대 위에서 ‘보기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가 그 사람의 성실함과 뮤지션의 음악을 대하는 태도를 판단하는 기준처럼 쓰이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특히 여성 뮤지션에게 이 단어는 음악적 성취나 성찰, 역량이나 기량보다 먼저 외모를 호출하는 잣대로 변질돼왔다. 대중음악 산업에서 이 왜곡은 더욱 노골적이다. 노래를 귀로 듣지만 평가는 눈으로 내려진다. 뮤지션의 테크닉이나 감성보다 외모와 몸매가 먼저 화제가 되고, 퍼포먼스의 밀도나 완성도보다 자극적인 사진 한 장이 더 빠르게 소비된다. ‘자기관리 실패’라는 말은 그렇게 예술의 영역을 벗어나, 한 인간의 존재를 축약하는 단어처럼 사용된다. 이같은 프레임 앞에서 수많은 여성 뮤지션들은 설명을 요구받았고, 해명을 강요받았으며, 때로는 조롱의 대상이 됐다. ‘천상의 디바’ 머라이어
2026.01.03 18:00
“난해하고 현학적이고 우중충해, 이런 게 팔리겠냐?”…그리고 시대의 ‘바이블’이 되다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예술은 언제나 ‘돈’과 함께 움직였고, 그 관계는 늘 불편했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영혼의 자유를 갈망하지만 예술가 개인의 삶과 창작 활동을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창조를 위한 자본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창작은 시간과 공간, 생존을 전제로 하며 그 조건을 제공하는 존재는 대개 예술가 바깥에 있다. 대표적으로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이 메디치 가문과 같은 후원자의 아래에서 작업하던 풍경은, 사실 예술이 상당히 오래전부터 자유와 의존 사이를 오가며 존재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후원은 작가의 창작을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취향과 기준, 암묵적인 표현의 한계를 함께 들여왔다. 자본은 결과를 요구하고, 예술은 과정과 신념을 필요로 한다. 대중음악 산업에서 이 갈등은 ‘시장성’이라는 단어로 정리되며, 레이블과 기획사는 음악의 가치를 판단할 때 가장 먼저 묻는다. ‘이 음반은 팔릴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 속 이같은 질문은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동시에 예술을
2025.12.27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