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국제 유가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기준금리 동결과 달러 가치 약세에도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은 Fed의 결정보다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이탈)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게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시장에 널리 퍼진 ‘위험자산 회피심리’를 증명했다. ▶油, 브렉시트 우려로 ‘뚝’= 미국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동결 결정도 유가의 상승요인이 되진 못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동결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7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0%(48센트) 내린 배럴당 48.0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 연속 추락이다.

앞서 유가 상승을 내다볼 수 있는 요인들은 다수 포착됐다.

이날 6개국 통화 바스켓 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보다 0.35% 하락했다. 원유는 미국 달러표시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유가엔 호재로 작용한다.

아울러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원유 시장이 내년 중반에 수급 균형에 도달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원유 수요가 공급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지난 2년간 이어진 공급 과잉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유가가 반등하지 못한 데는 ‘브렉시트’라는 불안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유럽연합(EU)을 넘어 전 세계로 경기 둔화가 확산해 원유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전망이 투자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속하는 브렉시트 공포로 유가 하락세가 당분간 연장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손재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 1분기 공급 과잉규모는 연초(1월)에는 일일 15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80만배럴까지 하향 조정됐다”며 “긍정적인 수급 전망에도 약세 흐름을 반전시키기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전자산 빛 발하는 金= 유가와는 달리 금 가격은 6거래일 연속 고공행진하며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 물 금 가격은 전일보다 0.2%(20센트) 오른 1288.30달러를 기록했다.

금리 동결이 발표된 후 금값은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온스당 130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브렉시트 여부를 결정지을 영국 국민투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며 안전자산 수요가 살아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993년 EU가 탄생한 이래 회원국이 탈퇴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투자자들의 커지는 불안심리와 함께 금은 이달 들어서만 6% 넘게 상승했다.

아울러 금은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와 글로벌 시장의 ‘큰 손’ 조지 소로스가 매수 의견을 내놓으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피델리티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금 투자를 꼽았다.

업계에서는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금리 동결까지 이뤄지면서 투자자들의 단기 금 매수세가 연장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요 은행, 대형 헤지펀드 등은 올해 브렉시트 이슈를 거치며 금이 온스당 14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제임스 버터필 ETF증권 연구ㆍ투자 전략 담당은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금은 온스당 14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ETF증권을 통해 금에 투자한 고객들의 자본규모는 26억달러에 달하며, ETF의 투자자산 중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4%로 올랐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앞둔 증시, 투자전략은=글로벌 변동성 증가에 따라 증시에서도 리스크 회피심리가 번지고 있다.

김재임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투표 시행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전까진 변동성 리스크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방어주적인 유틸리티, 통신, 필수소비재 등이 시장대비 좋은 수익률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 투자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쪽으로 결정 나면 금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로 큰 폭으로 오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만약 잔류하더라도 수요 측면에서는 9∼11월 인도 힌두교 축제와 연말 귀금속 수요 시즌이 대기하고 있고, 공급 측면에서는 금 광물 생산 둔화로 공급부족이 우려돼 낙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구자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적 측면에서 2개 분기 연속 상승한 금 시장은 새로운 강세장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호적 수급 여건과 저금리 환경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저점 매수 고민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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