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중왕전 1이닝 이상 출전 증명서 발급은 15년전 규정

-일선 고교 야구부에 공문ㆍ구두 지시 등 전달 없어

-야구협회 부회장 vs 사무국장 다툼에 학생만 ‘부정입학’ 낙인?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5일 ‘야구 입시비리’에 연루된 대한야구협회 사무국장 A 씨 등 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사문화 됐던 규정에 근거해 수사한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뒷말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은 대한야구협회 등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 받아 사실 관계를 확인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사 결과를 발표했던 당시 경찰은 “규정상 1이닝 이상 출전해 공을 던진 기록이 있어야 증명서가 발급됨에도 3분의 2이닝을 출전한 선수에게도 증명서를 발급해 준 것은 부정 발급에 해당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3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A 씨의 서울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판정서에 따르면 실무자는 증명서 발급 당시 2000년에 만들어진 규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그 당시 오랫동안 발급업무를 해온 담당자가 그러한 규정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단순히 관행적으로 그렇게 했다”며 “증명서 발급 요청을 명확한 근거도 없이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단했다는 A 씨의 주장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야구협회의 주장도 A 씨가 경기실적증명서 발급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고 하는 것이 아닌 점을 볼때 관련 기준을 정확히 알지 못한데 따른 업무상 오류로 보인다”고 했다.

A 씨는 “입시비리라고 하면 학부모나 대학 감독으로부터 돈을 받는 등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것이 기본이다”며 “1년이 넘는 수사 과정에서 광범위한 금융계좌 추적 결과 어떠한 경제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경찰은 내가 생판 모르는 학생을 위해 부정입학을 시켜줬다며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주장했다.

또 야구협회 부회장 김모(72) 씨와 고교 야구 감독 B 씨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경찰이 근거로 삼은 해당 규정은 2000년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해당 규정에 대해 일선 고교에 공문 등을 내려보낸 사실이 없음을 인정했다.

수사를 담당한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사문화된 규정이 아니고 엄연히 있는 규정이다”며 “규정에 미달된 선수에게 증명서가 발급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고소인의 주장에 따라 조사를 시작했으며 사실에 따라 수사를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서경찰서의 수사 결과 발표로 ‘부정입학생’으로 낙인 찍힌 모 사립대학교 학생과 학부모는 야구협회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