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정부가 올해 에너지와 자원개발 사업을 위해 마련한 5조9000억 원 가까운 예산 중 30% 정도만 실제 사업에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예산 대부분은 재원으로 쌓아두거나 관련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닌 다른 부처 지원 자금으로 편성돼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예산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인 데다 이로 인해 자원개발 투자 기회를 놓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6일 정부의 2016년 예산 현황과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산업부 소관의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에특회계)’ 예산으로 5조8730억원이 책정됐다. 에특회계는 석유 판매 부과금 등 에너지 사업을 통해 준조세 형태로 마련되는 것으로, 다시 에너지와 자원사업에 쓰게 돼 있는 예산이다.
수급과 가격안정 등 에너지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목적으로 설치돼 1995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2016년 에특 예산안을 보면 산업부가 올해 순수하게 에너지와 자원사업에 투입하는 금액은 전체 예산의 30.6% 수준이다.
투자금 1조 2000억원 정도와 융자 지원금 5900억원 정도를 합친 1조 8000억원 가량을 에너지 사업에 사용하는 것이다.
전체 예산 중 약 2조6675억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 예탁한다. 8000억원 가량은 환경부 등 타부처가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데 쓰일 계획이다.
특히 산업부 소관의 에특 공자기금은 이미 2조8520억원 정도 쌓인 상태다. 올해 2조원이 넘는 예산이 추가로 예치(순증)되면 산업부는 최소 4조원이 넘는 재원을 공자기금으로 두게 된다.
공자기금은 정부가 공공사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마련하는 기금으로, 예산이 부족한 부처 사업 지원금으로 투입된다. 각 부처는 공자기금 예탁 금액에 따른 이자를가져간다. 올해 추가 에특 예산을 포함하면 산업부는 공자기금을 통해 매년 1000억원수준의 이자를 받는다.
에너지 업계는 이처럼 여유 재원이 쌓여 있는데도 자원개발 등에 투자하지 않아 정부가 투자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유가에 따라 자원개발 사업이 악화돼 글로벌 기업들이 유전 등을 저렴한 가격에 매물로 내놓고 있는데다 이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과 중국 등 다른 나라는 자원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올해 일본 정부는 앞으로 5년간 기업의 대규모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3조엔(약 33조원) 규모의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에특은 말 그대로 특정 분야를 지원하기 위한 특정 예산”이라며 “석유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이 유동성 위기 극복과 부채감축을 위해 해외 자산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인데도 정부는 전체 에특 예산 중 70%를 다른 곳에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자원개발 사업의 부진을 이유로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데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저유가로 에너지 공기업의 자원 사업이 악화되고 있어 무리하게 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특은 한마디로 국민 혈세(세금)로 마련한 것이라 투자 실패의 부담을 국민이 지게 된다”며 “저유가로 사업이 부진해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예산을 함부로 투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공자기금에 예탁한 예산은 앞으로 회수 후 적절한 시기에 에너지 사업의 투자 상황이 발생하면 사용할 계획”이라며 “타부서 소관으로 옮긴 에특 예산도 전기자동차 등 에너지 사업과 관련된 사업에 투입된다. 결과적으로 에특 예산은 에너지외에 다른 사업에 투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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