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수출이 17개월째 뒷걸음을 치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에 통상 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대외통상 분야에 대해 강력한 보호주의 성격을 띤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압력은 거세지고 있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한국을 방문하는 제이컵 루 미국 재무부 장관은 3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경제ㆍ금융 분야 협력 방안과 G20 정책 공조 강화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4월 우리나라를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는 환율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이가 루 장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국 재무장관회의에서 통상 및 환율에 대한 압박을 크게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주최 조찬강연에서 법률시장 및 의약 서비스 시장 개방 등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개방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문을 걸어 잠근 법률과 의약 서비스 분야를 개방하라는 것이다.
이처럼 급박하게 전개되는 미국의 통상 및 환율에 대한 압박은 미국의 대선 정국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클린턴 후보는 한국 등 대미 무역 흑자국의 환율시장 개입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후보는 한미 FTA를 전면 재검토하는 한편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해서도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코트라(KOTRA)의 보고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전망과 미국이 활용 가능한 보호무역 수단’에 따르면 트럼프는 한미 FTA를 포함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이미 체결한 FTA가 자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파탄 내고 있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그는 보호무역주의 제재 대상국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주요 무역국을 거론하고 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도 보호무역 성향을 드러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신정부 출범과 함께 미국의 통상환경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미국 대선과 같이 진행되는 의회 선거결과에 따라 FTA 재협상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이종건 코트라 워싱턴 무역관장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통상 공약에 대해 지나친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겠지만 미국 행정부 및 의회 내 미묘한 분위기 변화를 포착해 적절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무역이 줄고 있지만 구조조정과 보호무역주의 등을 빌미로 통상 분쟁은 많아지는 추세”라며 “특히 대기업보다는 중소ㆍ중견기업의 피해가 커질 수 있는 상황으로 시나리오별로 면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여러 각도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면서 다양한 변수들에 대해 대책이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한 결과가 우리나라에 어떤 파도로 넘어올지는 사실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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