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최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하청업체 직원의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건설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건설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에 하청업체의 안전 의무 내용만 있어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책임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행 건설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는 하청업체에 ‘공사 시공과정의 안전 및 재해관리 의무’ 내용을 담고 있다. 표준계약서 45조를 보면 “수급사업자는 공사를 시공하면서 안전 및 재해방지를 위해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감독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다”라고 돼 있다. 하청업체는 또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현장대리인을 둬야 한다. 표준계약서 14조는 “수급사업자는 이 계약의 책임 품질시공 및 안전 기술관리를 위해 현장대리인을 두며 이를 미리 원사업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표준계약서에 원청업체의 안전관리를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로 정한 조항은 없다.

45조는 하청업체의 안전관리 의무를 명시하면서 “안전 대책 마련 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에 지도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41조에서는 원청 사업자에 안전관리비를 책정하도록 했지만 “원사업자는 계상된 안전관리비 범위 안에서 수급사업자의 위험도 등을 고려해 적정하게 지급해 사용하게 할 수 있다”며 안전관리비 사용을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정했다.

표준 하도급계약서가 하청업체에만 안전 의무를 주고,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계는 표준하도급계약서에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원청업자의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한 것처럼 공정위의 하도급계약서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 관계자는 “비록 구체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원청업체의 사업장에서 진행되는 공사인 만큼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의무는 당연한 것”이라며 “다만 관련 법에 규정된 내용을 모두 계약서에 포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