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지병으로 인해 14년 동안 법정에 나오지 못한 피고인이 자신의 주거지에서 법원의 선고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진수 판사는 28일 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 2000년 재판에 넘겨졌다가 현재까지 선고를 받지 못한 장모 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국민을 찾아가는 재판’으로 진행키로 했다.

‘국민을 찾아가는 재판’이란 피고인이 심각한 질병으로 법정에 나올 수 없어 공판 절차가 장기간 정지된 경우 판사가 직접 피고인을 찾아가 재판을 여는 것이다.

사기 도박용 화투를 만들어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된 장 씨는 재판에 넘겨진 지 4개월여만에 하반신 마비와 족부 궤양성 피부괴사 등으로 법정에 나올 수 없게 됐다.

법원은 장 씨가 호전되길 기다리며 공판절차를 정지했으나 장 씨의 건강상태는 오히려 더 나빠져만 갔다. 현재 장 씨는 팔꿈치로 바닥을 딛고 상체를 겨우 올리기만 할 수 있을 정도로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 씨는 국선전담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죄를 자백하면서 판사가 찾아와 재판을 열어주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밝혔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지난해 8월에도 병원에 입원 중인 피고인 이모 씨를 찾아가 재판을 연 바 있다.

법원은 “국민을 찾아가는 재판은 소송 관계인의 편의를 도모하고, 재판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며 “앞으로도 피고인의 중병으로 장기간 재판절차가 정지됐거나 현장에서 다수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을 때 이런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