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역사적 ‘저금리 시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가계가 주식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뭘까.

이 같은 질문에 한국 가계가 돈이 없어서 금융자산 축적을 못 한 것이 아니라, 금융자산 축적 과정에서 주식이 소외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눈길이 쏠린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 가계의 금융자산 증가율은 2010년 이후 연평균 8.6%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가계 가처분 소득 증가율인 5.1%를 웃돈 수치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순금융자산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12%로 금융위기 직전 고점인 2007년3분기 92.3%를 돌파했다.

이는 한국 가계가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금융자산 축적을 늘리고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즉, 가계가 돈이 없어 주식을 못한다는 생각은 ‘오해’란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가계는 금융위기 이후 보험ㆍ연금에 대한 투자를 늘린 반면 예금ㆍ주식투자 비중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 비중은 2008년 12월말 기준 48.9%에서 지난해 말 43.1%로 감소했고, 이 기간 주식투자 역시 21.2%에서 19.4%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한국 가계가 2000년대 중반 저금리 충격 하에서 높은 수익률을 찾아 예금에서 주식으로 가계자산을 1차 리밸런싱 한 후, 고령화라는 충격에 대비해 안정성 위주로 연금과 보험의 비중을 늘린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OECD 주요국과 비교해 한국의 가계자산에서 연금과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 가계의 연금ㆍ보험비중은 2010년 13.8%에서 2014년 22.6%로 크게 뛰었다.

이와 함께 보수적인 통화정책도 한국 가계가 연금과 보험의 비중을 늘린 이유로 꼽히고 있다.

통화정책의 보수성은 한국의 실질정책금리가 2009년 이후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실질정책금리가 경기의 취약성을 방어하지 못하면서 경기와 물가에 대한 전반적인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평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책 불확실성이 국내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고 보고 있다. 통상 주식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가계가 주식투자를 꺼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코스피 리스크 프리미엄은 올 1분기 기준 5.6%로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채권투자 비중과 비교했을 때 가계의 주식투자 비중은 역대 최저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정책금리 경로(실질기준)는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현재 수준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단 물가의 경로 측면에선 상반기 소비자 물가 1.0% 내외에서 하반기 1.5% 내외로 상승하면, 전반적으로 하반기에 물가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기준금리가 연내 인상보다 동결 내지 인하 가능성이 큰 것을 감안, 실질금리는 연말쯤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리스크 프리미엄이 빠르게 하락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 가계가 주식 비중을 확대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현재 한국 가계가 주식투자 비중을 줄였던 제약조건이 완화되고 있는 사실은 눈길을 끄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령화 충격에 대비한 자산배분과 보수적 통화정책으로 인한 장기평균을 웃돈 실질금리라는 2가지 제약조건 변화를 고려해 본다면 앞으로는 한국 가계가 현재까지 보여준 형태와 다른 자산배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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