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공단 음주운전 실차운전 실험
-소주 한두 잔 알콜농도 0.03%도 위험해
-판단력ㆍ동체시력 저하…판단력 흐려져
-“0.05%보다 강한 단속기준 법제정 필요”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 ‘끼이이익!’ 교차로로 시속 60㎞로 달리던 자동차가 정지 신호와 함께 제동을 걸었으나정지선은 이미 지난 상태였다. 건널목에 보행자가 있었다면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을 뻔했다. 당시 운전자의 혈중 알콜농도는 0.039%. 음주운전 단속 기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운전자 김연준(24)씨는 “정지 신호가 바뀌는 것을 보고 평소대로 브레이크를 밟았다”며 “술에 안 취했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느려진 것 같아 당황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유비쿼터스시험로에서는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알아보기 위한 실차운전 실험이 진행됐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현재 단속기준인 혈중 알콜농도 0.05%에 못 미치더라도 충분히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실차운전은 시속 60㎞로 주행 중 적색 신호등이 점등 시 운전자가 정지선에 제대로 설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결과는 위험천만했다. 혈중 알콜농도 0.03% 수준에서도 운전자의 반응속도는 느렸고 제동페달을 밟는 힘이 부족해지면서 제동거리가 평상시보다 평균 10m 더 증가했다.
운전자들이 말하는 ‘소주 한두 잔은 괜찮다’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통안전공단의 사전 테스트에서는 같은 조건에서 장애물 회피와 차선유지 등 위급상황 대처능력이 현저히 저하돼 사고위험성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곡선주행 시에는 운전자의 핸들조작 능력이 떨어져 차선이탈현상도 빈번했다.
한두 잔의 위험성은 데이터로도 입증됐다. 교통사고 경향성과 관계되는 개인의 성격ㆍ심리적 행동 특징을 과학적으로 측정하는 운전정밀적성검사 13개 항목 중 8개 항목에서 판정등급이 떨어졌다. 특히 행동안정성(1→4)과 정신적 민첩성(1→4), 동체시력(1→5) 등은 3단계 이하로 떨어졌다.
운행안전성 평가에 참여한 노명현 교통안전공단 자율주행평가실 부연구위원은 “단속기준 수준에 못 미칠 정도로 가볍게 술을 마셨더라도 사고위험성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술을 한두 잔을 마셨다면 운전대를 잡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음주운전 단속 기준은 1962년에 정해진 혈중 알콜농도 0.05%를 55년째 유지하고 있다. 현재 관대한 국내의 처벌기준 강화에 대한 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해외에서는 0.03%로 강화 이후 음주운전 사망자 수가 상당수 줄었다.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02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혈중 알콜농도를 0.03%로 강화했다. 교통 선진국 스웨덴은 이보다 강한 0.02%를 면허정지 기준으로 정했다. 브라질은 0.01%의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준수한다.
실제 2014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치사율 2.46%(2만4043건 중 592명 사망)는 전체 교통사고로 인한 치사율 2.09%(19만9509건 중 4170명 사망)에 비해 18% 더 높았다. 음주운전 사고 발생시 사망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현장을 찾은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혈중 알콜농도가 높을 때 가중처벌이 적용되지만 근절을 위해선 현행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소득에 따른 벌금 차등부과 등 실질적인 부담을 심워줘야 운전자들의 인식이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경찰청 교통국이 진행한 ‘음주운전 단속기준 강화(혈중 알콜농도 0.05%→0.03%)’ 설문조사에는 응답자 75.1%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특히 단속 기준을 강화할 경우 대상이 되는 운전자와 음주자층에서도 찬성응답은 각각 72.7%, 71.2%로 나타났다. 단속 기준 강화를 위한 여론 기반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경찰청은 시민단체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단속 기준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and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