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지난해 후반 ‘반짝’ 증가하면서 국내 경기회복을 주도했던 가계소비가 급감세로 바뀌어 ‘절벽’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가를 감안한 가계의 실질소득이 2분기 연속 감소한 반면 부채는 급증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조선과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주력업종의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실업자가 급증하는 등 고용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상대적으로 자산과 소득이 많은 50대 이상 중고령층은 노후불안으로 지갑을 닫고 있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5만5000원으로 작년 1분기의 451만7000원에 비해 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물가 등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0.2% 감소했다. 실질소득이 지난해 4분기(-0.2%)에 이어 2분기 연속 줄어든 것이다.
반면 한국은행이 집계한 올 1분기 가계의 빚은 20조6000억원(1.7%) 증가하면서 총액이 1223조7000억원을 기록, 작년 이후 사상최대치 행진을 지속했다. 정부의 대출심사(여신심사 가이드라인) 강화 조치로 가계빚 폭증세는 다소 주춤했지만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이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대출이 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1분기 중 5조6000억원 증가한 반면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7조6000억원에 달했다. 2금융권의 대출금리가 은행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더욱 높은 이자부담을 지게 됐다.
소득이 감소하는 반면 빚이 크게 늘어나면 가계의 소비여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비진작책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정부는 지난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코리아 그랜드세일 등 할인행사와 함께 자동차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등 소비촉진책을 추진해 경기를 방어하는 데 효과를 봤다. 올해도 자동차 개소세 인하를 연장하는 등 소비진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를 일시적으로 늘릴 수는 있지만, 소득이 늘어나거나 이에 대한 기대가 없으면 지속되기 어렵다. 문제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볼 때 소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성장세 둔화에다 고용안정성도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0%에서 2.6%로 하향조정하면서 성장률이 2분기 3.0%(계절조정 전기대비 0.7%)를 고비로 3분기엔 2.4%(전기대비 0.6%), 4분기엔 2.2%(전기대비 0.4%)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KDI는 특히 조선과 해운 등 취약산업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우리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거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는 등 부정적 여파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경우 우리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기업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개혁 등으로 경제체질을 개선해야 민간의 심리가 안정되면서 소비도 회복될 여지가 생길 수 있다. 당분간 소비는 정체 또는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올 후반기 악재가 몰아치면 ‘절벽’에 처할 가능성이 많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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