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화가는 그저 붓을 들 수 밖에 없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어린 학생들이 여객선 침몰로 차디 찬 바닷물 속에 기약없이 갇혀 있자, 작가 임근우(IM GOONOO, 강원대 미술학과 교수)는 참담한 심정으로 그림을 그렸다.
임근우는 지난 18일 고속버스 안에서 자신의 휴대폰의 S펜으로 ‘세월호 헌화가’를 그렸다. 진도 앞 바다에 끝부분만 간신히 떠있는 짙푸른 선수 위에 흰 조화나무를 그렸다. 바다에 투영된 푸른 그림자 밑에는 “제발 살아만 돌아오라”는 소망을 담아 붉은 꽃나무를 그렸다. 물 위는 ‘위로’, 물 속으론 ‘간절한 소망’을 그려넣은 것. 붉은 꽃은 임근우의 작품에 늘 등장하는 복숭아꽃이다
임근우는 “정치,경제,사회문제가 생길 때마다 예술가는 특별히 할 역할이 없었습니다. 이번처럼 참담한 사건이 터져도 TV 뉴스만 넋놓고 보며 가슴을 칠 수밖에 없었지요. 과연 화가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그림으로나마 실종자 가족을, 국민을 위무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게다가 이번 사건으로 적지않은 국민이 우울증에 걸릴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자, 미술 심리치료를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SNS 소통이라 생각하고 버스 안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드로잉을 한 것이다.
임근우는 “애도의 그림을 보는 분들이 힐링이 되었으면 한다"며 ”이 작은 드로잉을 바탕으로, 세월호의 슬픔을 그림으로 제대로 기록하고 증언하기 위해 요즘 캔버스 앞에 마주앉아 있다"고 했다. 작품이 완성되면 SNS를 통해 경매에 붙여, 위로금으로 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가 임근우(56)는 홍익대 미대및 동대학원 졸업했으며 1995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오는 6월 중순에는 뉴욕 첼시의 갤러리(Able Fine Art NY)에서 초대전을 열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