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지난 18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후 귀경 도중 들린 공주에서 기자들에게 “계파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된 것 아니냐, 언제까지 계파 계파 할 거냐”며 “계파 얘기 하지 마라, 나는 당에서 혼자다, 주변에 사람도 없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거듭 “나는 혼자”라고 토로했다.

정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 추인과 혁신위원 활동 전권 보장을 위한 당헌 개정이 전국위원회 파행으로 무산된 시점이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다시 정진석 원내대표에 공이 넘겨졌다. 정 원내대표는 장고에 돌입했다. 전국위 파행 후 수습책 마련을 위해 열린 당내 중진 당선자들과의 연석회의에서 모든 결정을 정 원내대표에 일임했기 때문이다. 다만 연석회의에서 중진들은 종전의 ‘비대위-혁신위 투트랙’ 대신 ‘혁신형 비대위 원트랙’으로 가닥을 모았다. 친박계 주축으로 이런 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할 지, 외부 인사를 새롭게 영입해 혁신형 비대위에 앉힐지도 결정되지는 않았다. 다만 김용태 위원이 친박계의 반발로 혁신위원장 내정자에서 사퇴한 만큼, 그에 필적할만한 파격적인 쇄신형 인사는 중요 직책을 맡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 원내대표가 당무에 집중하고, 외부 인사를 혁신형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할 경우는 아무래도 친박에 가깝거나 계파색이 엷고 무난한 당 원로급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정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故) 김재순 전 국회의장 영결식에 참석한 후 다시 공주를 찾은것으로 알려졌다. 23일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고 노무현 전대통령 7주기 추모행사에 참여한 후 오는 25일에는 당 소속 원내ㆍ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당현안과 관련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숙고는 그때까지 이어 당수습안도 내주 중반에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장 새누리당이 계파대립을 해소하고 마땅한 당쇄신 대책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비대위와 혁신위 등 당쇄신 기구를 만들 정진석 원내대표는 당내 기반이 없어 취임 이후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ㆍ비박 대립에서 제3의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번번히 계파의 반발에 부딪쳤다. 친박에 무게가 기운 원내지도부 인선 때는 ‘도로 친박당’이라며 비박계의 반발에 부딪쳤고 비박계 주축의 혁신위원장ㆍ비대위원 인선 때는 친박계에 의해 저지를 당했다. 친박계는 122명의 20대 국회 당선자 중 80명 전후인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현재의 친박 중심 권력구도가 그대로 이어지길 원하고 있다. 반면 비박계는 총선 참패의 친박 책임자들의 2선 후퇴와 계파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마땅한 구심점이 없어 혁신 요구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다. 전국위 파행은 결국 정 원내대표의 부족한 지지세력과 혁신 의지가 없는 친박계, 구심점이 없는 비박계라는 당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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