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된지 46년 만에 가혹행위로 인한 손해배상(44억) 책임 인정
-국가기관이 통상적으로 할 수 있는 잘못 월등히 넘어서는 중대한 불법
-재심 판정 이후부터를 소송 제기할 수 있는 시점으로 봐야해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1968년 납북됐다 귀환한 후 간첩 혐의를 받아 복역했던 ‘대양호 선원’들의 유가족이 “수사과정에서 일어난 가혹행위에 대해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겼다. 이로서 선원들이 구금된 지 46년 만에 총 44억여원대 배상이 이뤄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 김성수)는 대양호 선장 김모 씨 등 납북 선원들의 유족 3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불법구금돼 가혹행위를 당하고 허위자백을 기초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출소하기까지 피해자들과 가족들이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국가기관이 업무수행을 하는 중 통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잘못을 월등히 넘어서는 중대한 불법이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국가는 이들 유족들에게 인용금액인 총 44억원을 배상하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대양호 선장 김 씨 등은 1968년 동해에서 물고기를 잡던 도중 북한 무장 간첩선에 납치됐다. 이들은 202일 간 북한에 머물다 이듬해 5월 돌아왔다. 당시 육군보안사령부 308보안부대의 군 수사관들은 이들이 북한에서 지령을 받고 내려와 간첩행위를 했다며 강제로 연행해 약 한달 간 지하벙커에 불법으로 가뒀다.
당시 수사관들은 ‘잠안재우기’, ‘다리 사이에 각목을 끼운 채 다리 밟기’, ‘전기고문’, ‘물고문’ 등 선원들에게 자백을 받기 위한 가혹행위를 했다.
수사관들은 선원들의 자녀들을 지하벙커 수사실로 데려와 자녀들의 앞에서 이들을 고문하기도 했다. 이어 “딸ㆍ아들에게 전기고문을 하겠다”고 위협하며 진술을 강요했다.
선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을 때도 수사관들은 검사 옆에 앉아 “보안부대에서 진술한 것을 시인하지 않으면 다시 데려가 고문하고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했다.
고문에 못이긴 선원들은 거짓 진술을 했고, 반공법위반및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각각 3년 남짓을 복역했다.
이들이 보안대에 끌려간 날부터 출소할 때까지는 각각 1720일,1539일,1174일이 걸렸다.
이후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대양호간첩사건’에서 선원들이 불법구금됐고 고문과 가혹행위의 개연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유족들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2014년 간첩혐의가 무죄라는 판결을 받았다.
법무부는 “이미 배상청구기간이 지나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심에서 무죄가 판결될 때까지는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재심판정을 받은 뒤 6개월이 되지 않아 소송을 냈으니 시효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배상액을 산정할 때 “피해자들이 구금돼 생업에 종사하지 못하면서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곤란했고, 피해자들의 구명활동을 하느라 재정적으로 어려워진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배상액에서 과거 불법구금에 대해 유족들이 지급받은 9억여원의 보상금은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