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여의도 금융투자업계에 ‘S의 시대’가 개막되고 있습니다.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를 구원할, 가슴에 큰 S자를 그린 슈퍼맨이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S는 ‘Sell’과 ‘Short’의 S입니다.

Sell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의견을 나타낼 때 ‘매도’를 의미합니다. Short는 주식의 ‘매도 포지션’을 의미합니다. 즉 내다 팔라고 권하거나 실제로 팔고 있단 의미입니다. S는 그간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선 금기의 알파벳이었습니다. 과거 대세상승장에서 최대 관심은 당연히 어떤 종목이 더 오를지였습니다. 또 그런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잘 담는 것이 실력이었습니다.

그러나 국내 증시가 장기간 좁은 박스권에 갇히면서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오르는 종목 못지 않게 내리는 종목도 중요해졌습니다. 소극적인 수익률 방어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롱숏펀드’의 활성화로 하락 종목을 잘 골라도 수익이 난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널리 인식하고 있습니다. Buy(매수) 일변도의 애널리스트 리포트에 비판이 가해졌고 소신껏 투자의견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진 이유입니다.

변화는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같은 종목을 놓고 서로 다른 증권사가 ‘Strong Buy’(적극매수)와 ‘Sell’(매도)이란 전혀 엇갈린 전망을 내놓는 일도 있었습니다. 극단적인 의견 갈림이 투자자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증권사들이 천편일률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역량껏 실력을 발휘해,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의 목소리가 큽니다.

그런가하면 대차잔고 비중이 사상 최대치 수준으로 올라가는 등 롱숏펀드 활성화로 인한 주식시장의 양상도 달라졌습니다. 같은 업종내 종목이라도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걸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종목을 고르는 안목이 다양해지고 전략도 점점 전문성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다양성과 전문성, 어느 영역에서든 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덕목입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로부터 시작된 S의 바람은 여전히 만만찮은 벽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바로 투자자와 기업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S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의 투자종목에 Sell 딱지가 붙으면 분노합니다. 그 수준은 단순히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영화에서 나오는 살인자의 협박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고 고개를 흔듭니다. 애널리스트 자신은 물론 아이들의 신상정보까지 파악해 신변의 위협을 가한다고 합니다.

펀드매니저는 Short 한 번 치기가 무섭다고 합니다. 한 펀드매니저는 “어떻게 알았는지 Short을 친 해당 기업의 IR담당자가 아예 연락을 끊었다”며 “Short을 친 게 마음에 안 들면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며 설득을 해야 하는데 탐방조차 막으며 감정적으로 나오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토론과 논쟁의 대상이 돼야 할 투자가 감정의 도구가 됐단 씁쓸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IR관계자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한 IR관계자는 “Short을 치면 일방적으로 당하는 건 기업”이라며 “주가가 내려가는 걸 손놓고 보고 있을 수만도 없고 그 고충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서로의 입장을 얘기하면 수긍이 가지 않는 부분이 없습니다. 자신이 산 종목이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의 주가가 내려가는 걸 달가워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는 시장 전체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지엽적인 문제일 수 있습니다. 당장이야 주가가 내려가 손해를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시장의 전문가인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가 외풍 없이 소신껏 제역할을 한다면 장기적으로 금융투자업계의 발전은 이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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