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군이 역사상 가장 고전했던 전투로 꼽는 6.25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국군 전사자가 66년만에 극적으로 가족 품에 안기게 됐다.

국방부는 유해발굴감식단은 21일 “1950년 8월 미 7사단 소속 카투사로 입대해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고 임병근 일병의 전사자 신원 확인통지서를 유가족에 전달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측은 직접 부산에 거주하는 故 임 일병의 유가족을 직접 찾아 위로패, 유해 수습시 관을 덮은 태극기 등도 함께 전달하기로 했다. 유해는 유가족 요청에 따라 6월 중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고 임 일병의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천우신조였다”며 “북한 함경남도 장진에서 전사한 임 일병의 유해 발굴부터 유가족 탐문까지 극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고 임 일병의 유해는 북미합의에 따라 미 합동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사령부(JPAC, 現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가 2000년부터 북한 지역에서 미군 유해 발굴작업을 진행하던 중 2001년 발굴돼 하와이에 있는 JPAC 본부로 옮겨졌다.

▶북한 함경도의 유해 미군 유해에 섞여 하와이로 반출=당시 발굴된 유해 중 한국군 유해는 제외하고 미군 유해만 반출한다는 합의 조항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군 유해가 반출되기란 불가능했다. 그런데 당시 하와이로 옮겨진 유해를 대상으로 신원확인을 위한 정밀감식 과정에서 12위가 아시아계로 확인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JPAC로 이동해 한미 공동감식을 진행한 결과 12위는 국군전사자로 최종 확인돼 2012년 5월 국내로 봉환됐다.

이 과정에서 고 임 일병은 부산~장진호~판문점~하와이~서울 등 2만1000㎞를 이동한 셈이다.

12위 중 가족 품으로 돌아간 유해는 고 일병 김용수와 이갑수 2명이며, 남은 10위의 유가족을 찾기 위해 국방부 측이 장진호 전투 전사자 유가족들 중 유해가 없이 위패만 모시고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추적한 결과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유가족이 확인돼 사태가 급진전됐다.

신형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탐문관(34)가 용인에서 유가족들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며 부산에 임 일병을 기억하는 장조카(전사자의 5남매 중 장남 고 임종근의 큰 아들 임현식)가 있다는 사실이 추가로 파악됐다.

이를 통해 친외가 6명의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국내 봉환 4년 만에 고 임 일병 신원이 확인됐다.

신 탐문관은 “저희는 신원확인을 위해 단 1%의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탐문과정을 거쳐 어릴적 삼촌(전사자)를 기억하는 유가족분이 계셨고, 관련 정보확인과 유전자 시료 채취에 적극 참여해주셔서 신원확인이 빨리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장조카 임현식(71)씨는 “남자형제가 4명인데 본인이 대표로 전장에 다녀오시겠다고 자원입대하신 후로 소식이 끊어졌다고 들었다”며 “함께 카투사로 참전했던 5촌 당숙(임신근)께서 삼촌이 행방불명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임의로 9월 9일 제사지내던 유가족 “이제 12월 6일에 제사..한 풀었다”=그는 “그동안 전사일을 몰라 9월 9일을 기해 제사를 지내왔는데 올해부터는 삼촌이 돌아가신 12월 6일에 제사를 지내면 될 것 같다”며 “살아생전 삼촌 유해를 모시는게 소원이었는데 이제야 가슴에 맺힌 한을 풀었다”고 말했다.

외조카 권순영(79)씨는 “당시 외삼촌이 고등학생이었고 제가 초등학교 5학년때라 외삼촌에 대한 기억이 많다”며 “(외삼촌이) 노래도 잘하고 영어도 잘해 카투사로 간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임 일병과 함께 하와이에서 돌아온 나머지 유해 9구는 신원이 확인될 때까지 유해발굴감식단 유해보관소에 안치된다.

유해발굴사업은 지난 2000년 6.25전쟁 50주년을 맞아 한시적 사업으로 시작됐다. 이후 유해발굴감식단이 국방부 직할기관으로 지난 2007년 창설돼 현재까지 국군전사자 9000위를 발굴했고, 이 중 신원이 확인된 유해 110위는 가족품으로 돌아갔다.

현재 유해 신원확인을 위해 유전사 시료채취에 동참한 유가족은 약 3만명에 이른다. 아직 미수습된 유해는 13만여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1일 열린 고 임병근 일병 유품 전달식과 관련 이학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육군대령)은 “오늘 행사는 한국군 전사자 유해를 한미 양국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12위를 2012년 고국으로 봉환하고, 이 중 3번째 유해의 신원을 확인해 가족 품에 돌려드린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아직도 비무장지대(DMZ) 북쪽에 약 4만위의 호국용사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북한과의 협의만 이뤄진다면 언제든 발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은 오는 28일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령부에서 미 JPAC가 추가로 국군 전사자로 확인한 유해 15구를 국내 봉환하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우리 군은 이 행사에서 지난해 11월 미 2사단이 참전한 강원도 양구 백석산 일대 전투 지역에서 발굴한 미군 유해 2위롤 봉환해 양국간 상호 봉환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 행사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주관으로 한미연합사 연병장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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