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랜만에 뵙는 자리라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지난 19일 서울 수유동 4ㆍ19 민주묘지를 찾은 한 초선 의원이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말했다. 재선에 성공한 그는 미리 현장에 도착해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다. 묘지 앞마당에는 친 손학규계 인사 중 20대 총선에 당선된 현역 의원과 당선자 10여 명이 손 전 고문을 배웅하고자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들 중 대다수가 약 1시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56주년 4ㆍ19 혁명기념식’에는 불참했다. 이 행사에는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김종인 당 대표가 참석했었다. 실로 당 대표를 뛰어넘는 영향력이고 적어도 이들에겐 김 대표보다도 손 전 고문이 우선인 셈이다.

이윽고 손 전 고문이 도착하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그에게 다가가기 위한 지지자들과 기자 그리고 의원ㆍ당선자들이 한 데 뒤섞여 서로를 밀쳐내기 일쑤였다. 김성식 국민의당 최고위원도 밀려드는 지지자들을 헤집고 손 전 대표와 간신히 포옹에 성공했다. 손 전 고문은 들뜬 표정으로 자신의 측근들에게 덕담을 건냈고 일일이 포옹했다.

정계은퇴 선언 후 강진에서 칩거 중인 손 전 고문의 상경은 그 자체로 정치권의 화제다. 그의 말 한마디에 모든 언론이 귀를 기울인다. 당이 위기일 때마다 중진들은 손 전 고문의 ‘조기 등판론’을 언급해왔고 지금도 유효하다. 김 대표도 선거 전 손 전 고문을 대선주자로 언급했을 만큼 당내 영향력은 막강하다. 특히 생환한 측근들의 상당수가 이미 비대위원ㆍ총무본부장ㆍ조직본부장 등 당 지도부에 포진해 있어 기대감은 절정에 다다랗다.

정치적 발언을 삼가온 손 전 고문도 이날 만큼은 입을 열었다. 그는 “근본적인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혁명을 위한 새판짜기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언행에 대해 “정계복귀를 위해 시동을 걸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는 자신의 역할론을 부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야권의 대부(大父)다.

장필수 정치섹션essential@heraldcorp.com


test1025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