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우리나라 여객선 10척 중 3척 이상은 운항한 지 20년 이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처럼 노후화된 여객선은 최근 5년새 4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한국해운조합이 발간한 ‘2013년 연안해운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여객선 217척 가운데 선령(船齡)이 20년 이상의 여객선은 67척(30.9%)에 달했다. 선령은 새로 만든 배를 처음으로 물에 띄운 때로부터 경과한 햇수를 가리킨다.

또 15년 이상~20년 미만은 69척(31.8%), 10년 이상~15년 미만은 36척(16.6%)이었다. 5년 이상~10년 미만과 5년 미만은 각각 26척(12.0%)과 19척(8.8%)이었다.

특히 2008년말 기준 연안여객선 166척 가운데 선령이 20년 이상인 선박은 12척(7.2%)에 불과했으나 5년 만에 55척이나 늘어났다. 이처럼 낡은 여객선이 증가한 것은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기존 여객선 선령 제한을 25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한 게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와 함께 여객선업체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은 것도 선령이 오래된 여객선에 의존하는 이유로 지목된다. 실제 한국해양수산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 67개 연안여객사업자 가운데 자본금 10억원 미만 업체가 44곳(66%)이다.

선사들이 영세한 탓에 안전 훈련과 교육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해경에서 심사받은 운항관리규정의 비상대응훈련계획에 따라 10일마다 소화 훈련, 인명 구조, 퇴선(배를 버림), 방수 등 해상인명 안전훈련을 실시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이런 훈련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해진해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선원들의 안전교육 등 연수비로 지출한 액수가 54만원에 그쳤다.

급여 수준이 외항선박에 비해 낮아 청장년층이 승선을 꺼리는 탓에 선원들의 연령도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이 41.3%(3385명)로 가장 많다. 50세 이상 선원으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의 76.3%(6299명)가 50세 이상인 셈이다.

당국의 형식에만 그치는 안전점검도 도마에 올랐다. 해양경찰청과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7월 대대적으로 합동 안전점검을 했지만,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조사결과 목포해양경찰서는 2시간40분 동안 12척에 달하는 여객선을 점검했다. 한 척당 점검시간이 13분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밖에 정부가 연안여객산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지만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실천가능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해양수산부는 이에 대해 해상교통발전을 위한 중장기 기본계획과 연안여객 지원 근거가 포함된 ‘도서지역 해상대중교통 육성ㆍ지원법’ 제정을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