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 세계경제는 장기 저성장과 국제무역의 위축이 특징이다. 선진국의 급속한 고령화 진전 및 생산성 향상 정체, 2008년 금융위기의 유산인 정부·기업·가계부문의 부채 누적, 디플레이션 기대 형성 등 구조적 문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과 수요 결핍의 시대를 초래하고 있다.
최근 우리 수출의 부진도 세계경제 저성장과 국제무역 둔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중국의 경제구조 변화와 성장둔화는 우리 수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으며 저유가로 인한 신흥국의 경기 부진은 수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경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지금은 어떠한 대책을 내 놓아도 상황을 반전시키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지표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우리 수출의 구조적 문제를 고민하고 경쟁력을 쌓아 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우리보다 앞서 구조적 문제를 직면하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정책으로 대응해왔던 독일과 일본의 사례는 우리 수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준다. 독일과 일본은 제조업 기반 수출 구조를 지니고 있고 수출규모 3, 4위의 무역강국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정책이나 수출 구조에서는 서로 상반된 행보를 보여 왔다. 독일과 일본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였으나 2000년 이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독일 7.9%, 일본 3.7%로 거의 2배나 독일의 점유율이 높다. 서로 비슷한 출발점에 있던 두 국가의 격차를 벌어지게 한 요인은 무엇일까?
환율 등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시장과 정책의 개방성, 유연성에 있다. 독일이 메르켈 집권이후 과감한 노동개혁으로 노동의 유연성과 질적 수준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본국 회귀를 이끌어 냈다면 일본은 경직된 노동환경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오히려 해외생산의 추세가 강화되었다. 독일이 EU를 기반으로 한 적극적인 역내통합과 시장개방 기조를 강화해 나간 반면 일본은 농업 개방에 대한 부담 등으로 최근의 TPP 가입 이전까지 자유무역협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두 번째 차이점은 수출 구조에 있다. 독일이 선진국, 소비재의 수출 비중이 높은 반면 일본은 신흥국과 중간재 수출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책의 방향과 수출구조의 차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의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반면 독일은 꾸준히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우리 수출의 부진이 해외경기 악화와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이 크다고 하지만 그 동안 중국 특수에 기대어 경쟁력 개선에 소홀히 하고 국내 기업 환경의 악화로 자동차, 휴대폰 등 주력 품목의 해외생산이 확대되는 등 구조적인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혹시 우리 수출이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닌지 깊은 자성과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독일의 사례에서 취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벤치마크 하여 우리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데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수출도 3월 들어 하락세가 진정되고 있고, 화장품, OLED 등 신규 품목의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희망적 요인들이 보이고 있다. 정부도 소비재 수출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업 환경 개선과 대외개방 확대 등을 통해 우리 산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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