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 A씨는 범퍼가 살짝 긁히는 사고를 당해 정비업체에 갔다가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위임장만 한 장 써주면 자기부담금 없이 공짜로 차량을 수리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손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한 A씨는 선뜻 위임장을 써 줬다. 하지만 이 정비업체 업주가 미수선 수리비 등의 혐의로 거액의 보험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아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A씨도 보험사기 공범으로 전락했다.

일반인들이 보험사기 전문 브로커, 지인 등의 유혹에 넘어가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구인사이트, 세차장, 자동차 정비업체, 병원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보험사기 유혹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 실시한 보험사기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43개 병원에서 976명의 환자가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 가운데는 보험사기를 의도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나는 몰랐다”고 항변해도 각종 금융 불이익을 면키 힘들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주요 적발사례를 보면 우선 구인사이트에서 고액 일당을 미끼로 범행차량을 운전하거나 동승자로 탑승할 아르바이트생을 조직적으로 모집하는 경우다.

취업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돈을 쉽게 벌 수 있게 해 준다”며 운전시 70만원, 탑승시 30만원의 고액 일당을 제시했다. 신종 보험사기로 떠오른 ‘칼치기’에 동원하기 위해서다.

칼치기는 주로 1억원이 넘는 고가의 외제차를 대포차로 이용해 갑자기 끼어들어 추돌사고를 유도한 후 합의금 등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정식으로 차량등록 이전이 안된 타인명의의 불법 차량으로 심야시간에 수서, 분당간 도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고의 사고를 유발해 보험금 편취한다.

지난해 전체 30건의 고의 차량 사고로 보험금 5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아르바이트생 74명을 포함해 84명이 입건된 바 있다.

정비업체 및 세차장에서는 공짜 차량수리(자기부담금 면제)를 미끼로 위임장 제공을 유도하거나 세차 등 서비스 무료제공을 미끼로 허위 사고접수를 유도하기도 한다.

정비업체의 경우 경미한 사고차량의 차주를 유혹한 후 차량을 벽돌 등으로 추가 파손하고 차주로 하여금 가해자불명 사고 또는 운행중 사고로 사고접수를 유도해 차주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미수선수리비 등 보험금을 직접 수령하는 방법으로 보험금을 편취했다.

세차장 업체에서는 세차, 유리막코팅 등 서비스 무료제공을 미끼로 세차 고객들을 유혹해 세차 고객이 사고를 접수하면 차량에 크레파스 등으로 경미한 파손을 위장한 후 이를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 찍어 보험회사에 제출하고 미수선수리비 등으로 보험금을 편취했다.

아파서 간 병원에서도 보험 사기의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일부 병원은 보험설계사 출신 전문 브로커를 두고 미용목적 치료도 실손의료보험으로 보장이 가능하다며 가짜 환자를 유치한 후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보험금 청구를 유도하게 한다.

또 전문 브로커가 병원을 돌며 경증 장해 환자에게 고액의 장해 보험금 수령이 가능하다고 유혹해 장해보험금을 편취하도록 돕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모르고 보험사기에 가담했다 하더라도 보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 당하거나 사기 건으로 지급받았던 보험금을 돌려줘야 하고,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돼 각종 금융 불이익을 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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