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억원 기부가’ 장남 이해욱 부회장, 대림산업 맡은 뒤 실적 ‘지지부진’ - 취임후 4년 간 ‘개인소유’ 비상장사서 챙긴 배당금, 연봉의 14배 수준 - 2010년 이후 담합과징금만 1400억원 '국내 3위'…계속 드러나는 혐의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 “(이 명예회장은) 전경련 행사 등 외부일정도 혼자 소화한다. 회사엔 기부 사실을 알리지 않아 지금껏 어디에 얼마나 기부했는지 파악도 어렵다.”

지난해 8월 말께, 대림산업 관계자가 기자에게 귀띔한 내용입니다. 이준용(78) 명예회장이 ‘통일에 써달라’며 개인자산 2000억여원을 쾌척하던 즈음이죠. 당시 이 관계자는 “이 명예회장은 직원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화장실도 같이 쓸 정도로 소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전 재산을 기부한 ‘아버지’는 명목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명예회장이니까요. 회사는 장남 이해욱(48) 부회장이 끌고 있습니다. 대림가(家) 3세죠. 운전사에 대한 폭력적인 언행과 군림으로 최근 국민적 공분을 산 바로 그 분입니다. 어제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용서를 구한다”고 공식석상에서 사죄했지만, 끓고있는 국민들의 분노가 사그러 드는데는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습니다.

어찌됐건 그간 이 ‘아들’ 모습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외부 공개된 사진도 유명 재벌3세에 비하면 거의 없습니다. 드러내기 꺼리는 아버지를 닮았을까요. 하지만 이 부회장이 어떻게 기업을 경영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진 알 수 있습니다.

자세히 살피니 그가 선장이 된 후 회사 경영은 부침이 심합니다. ‘좀비’가 된 적도 있습니다. 연봉을 적게(?) 받은 대신 사실상 개인회사인 비상장사에서 고액배당을 챙겼습니다. 적자배당 경력도 있습니다. 답합으로 당국에 걸린 적도 많습니다.

▶아들이 맡은 주력기업,‘롤코’를 타다=1995년 대림엔지니어링에 입사한 이 부회장은 2010년 대림산업 부회장으로, 이듬해엔 대표이사가 됩니다.

대림산업은 재계 26위 ‘대림’이란 대기업 집단(2월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의 기함(flagship)기업입니다. 계열사 대부분을 직접 쥐고있죠. 비상장계열사도 마찬가집니다. 2014년 12월 기준 19개 가운데 이 부회장 자신 또는 대림산업이 최대주주인 회사 수는 12개입니다. 1년여 간 소폭 조정이 있었지만 이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 부회장이 이끌게 된 대림산업의 최근 5년 실적을 봤습니다. 처음엔 양호했습니다. 삐그덕 거린 건 2013년부텁니다. 매출은 4% 감소합니다. 영업이익은 20%가까이 줄었습니다. 이때 대림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0.53에 머무릅니다. 1 미만입니다. 1년 간 번 돈(영업이익)보다 다음해 갚아야 할 대출이자가 더 많았단 뜻입니다. 열심히 돈 벌어 이자도 못 갚는 일종의 ‘좀비기업’상태가 된겁니다.

2014년, 사정은 더 나빠졌습니다. 매출은 더 줄고 영업적자를 기록합니다. 이자보상배율은 -3.33으로 떨어졌죠. 좀비상태를 2년 연속 겪습니다.

그나마 작년엔 사정이 나았습니다. 한국은행이 규정하는 ‘만성 한계기업(3년 이상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회사)’까진 안 갔습니다. 하지만 영업익은 여전히 낮습니다. 적자 시점(2014년)을 빼면 이 부회장이 대림산업을 맡은 이래 최저수준입니다.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력기업 실적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셈입니다.

▶4년 간 비상장 주력회사서 312억 배당…연봉의 14배=이 부회장이 지난 4년여 대림산업서 받은 보수(연봉)를 정확히 알 길은 없습니다. 연봉 공개 대상인 등기임원입니다만, 받는 돈이 5억원 미만이라 알려 줄 의무는 없습니다.

추정은 가능합니다. 등기이사 1인 평균보수를 보니 2011년∼2015년 9월까지 22억여원을 챙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4년여 간 연봉보단 사실상 개인소유인 비상장사에서 챙긴 현금배당이 10배 이상 많습니다. 2014년 12월까지 그는 이들 회사 2곳에서 최소 312억8263만원(결산배당 기준)을 받았습니다.

먼저 대림코퍼레이션입니다. 이 부회장이 작년부터 지분 절반 이상(52.3%)을 쥐게 된 이 회사는 대림산업 최대주주입니다. 이 부회장이 대림산업을 간접지배하는 주체인 셈입니다.

그는 대림산업 대표이사 취임 후 4년 간 대림코퍼레이션 2대주주(지분 32.1%)로서 배당금 185억7280만원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 비상장사는 2011년 당기순이익 94%를 주주배당 몫으로 돌린 적도 있습니다. 2014년엔 당기순적자가 났음에도 ‘꾸준히(?)’ 배당을 실시합니다.

다른 한 곳은 작년 대림코퍼레이션에 합병된 IT인프라업체 대림 아이앤에스(I&S)입니다. 이 부회장은 합병 직전까지 이 회사 지분 90% 가까이를 갖고있었습니다. 2013~2014년 간 127억982만원을 배당으로 가져갔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 4년 간 두 회사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2014년 적자배당을 실시한 대림코퍼레이션을 빼면 평균 50.5%입니다.

오너일가가 지분 50% 이상 쥔 비공개 회사들입니다. 이 기업들 순익 절반 이상을 배당으로 썼단 뜻입니다.

▶공정위 적발 ‘담합성적’ 국내 3위=대표이사를 맡은 ‘아들’은 실적이 들쭉날쭉한 주력회사 대신 다른 기업에서 고배당을 챙긴 것으로 ‘저연봉’을 갈음합니다. 그 4년여 간, 이 부회장의 기함기업은 또 다른 기록을 남깁니다. 바로 담합입니다.

작년 공정위가 더불어민주당(구 새정치민주연합)민병두 의원실에 낸 자료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2010년 이후 담합 사실 13건을 적발당했습니다. 2015년 8월까지 부과된 과징금은 1403억8678만원입니다. 금액 기준으로 삼성물산ㆍ현대건설에 이은 3위입니다.

이 기간 공정위가 기자들에 보도자료로 알린 담합적발 건 중 대림산업이 포함된 것만 최소 5건에 이릅니다.

건설업서만 법을 어긴 게 아닙니다. 대림산업이 지분 59%를 쥔 대림자동차공업도 공정위에 적발당한 적이 있습니다. 대리점에 오토바이를 강매하다 ‘걸린’ 것이죠. 과징금 3억원을 물어야 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도 적발사례가 눈에 띕니다. 삼척ㆍ통영ㆍ평택 LNG기지 저장탱크 공사 건입니다. 지난 2월 공정위는 대림산업 등 13개 건설사에 심사보고서(검찰 기소장 격)를 보냈습니다. 입찰 담합규모만 3조5495억원에 이르는 건의 ‘혐의자’중 하나로 이 부회장 회사가 거론된 것이죠.

3월 들어선 또 다른 이유로 이 부회장의 회사가 여론을 달구고 있습니다. 다음소프트의 탐색어 여론은 온통 ‘부정’을 뜻하는 빨간색 뿐입니다.

직원들도 기부사실을 잘 몰랐던 2000억원 자선가. 그의 장남이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란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시민들은 이제 그를 눈여겨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픽. 이해나 인턴디자이너


윤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