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세계 환율전쟁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총 6차례 정도 일어났으며 이는 1930년대 환율전쟁과 달리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영국의 경제분석·전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전 세계가 자국 통화가치를 크게 절하시킨 경우를 총 6차례로 분류하고, 이들 모두 세계 성장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즉, 1930년대 대공황으로 이어진 과거의 환율전쟁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주장이다.
▶각국 경쟁적 통화절하, 2007년 이후 총 6차례=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2007~2008년 영국 파운드화의 절하 움직임을 2007년 이후의 첫 환율전쟁으로 꼽았다. 당시 파운드화는 무역 가중평균으로 25% 이상 떨어져 환율전쟁 논란을 촉발한 바 있다.
2차는 2009~2011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작된 달러화 약세 시기다. 당시 달러화는 무역 가중평균으로 15%가량 하락했다. 3차는 스위스중앙은행(SNB)이 환율 하한선을 폐지하며 각국의 절하 움직임을 촉발한 2011년 말부터 2012년까지다. 갑작스러운 정책 조정으로 당시 스위스프랑화 가치는 10%가량 떨어졌다. 4차는 2013년 4월 일본중앙은행(BOJ)의 대규모 부양책으로 시작된 엔화 약세 시기로 엔화는 2014년 말까지 30%가량 절하됐다. 5차는 2014년 6월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고, 이후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확대하기 시작한 때로 2014년 초부터 2015년 6월 말까지 유로화는 무역 가중평균으로 12%가량 하락했다. 6차는 2015년 8월부터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크게 절하시켜온 때로 위안화 가치는 2016년 초까지 무역 가중평균으로 5%가량 하락했으며 여전히 진행 중이다.
▶“환율전쟁, 제로섬 게임 아냐”=통화가치 절하는 통상 자국의 수출을 증가시키지만, 무역파트너의 수출은 악화시킨다. 또 쌍방이 동시 절하에 나서면 효과는 반감되고 결국 제로섬 게임이 되고 만다.
하지만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환율전쟁은확장적 통화정책과 동반돼 자국 수출경쟁력을 높여 성장을 개선했을 뿐만 아니라 내수를 촉진해 무역상대국의 수출도 촉진하는 효과를 냈다. 촉진된 자국 내수의 일부가 무역 상대국으로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2007년 이후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주요국의 통화량(M1)은 30~130%가량 증가했고, 이는 성장률과 양의 상관관계를 가졌다. 특히 미국, 스위스, 스웨덴은 통화완화 정책으로 통화량이 빠르게 증가해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컸다. 다만 일본과 덴마크는 통화량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증가했고, 이는 성장률 반등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일련의 통화절하 움직임은 글로벌 성장을 지지했으며, 통화가치 절하는 통화 팽창과 동반돼 (다른 나라의 경제를 희생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근린 궁핍화(beggar thy neighbor)’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 세계 증시 6차례 전쟁 중 4차례 상승=세계증시는 이들 6차례의 환율전쟁 중에서 총 4차례 오름세를 보일 정도로 글로벌 자산가격 상승과 관련이 깊다. 나머지 두 차례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하시키는 최근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MSCI 세계지수를 기준으로 미국 달러화 가치가 하락한 2009~2011년 세계 증시는 50% 가까이 상승했다. 일본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린 2012~2014년에도 30%가량 올랐다. 유로존이 양적완화 정책으로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린 2014~2015년에도 세계증시는 6%가량 오름세를 보였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주식의 경우 다른 자산시장보다 미국의 영향력이 크다는점에서 미국 자산가격의 상승이 전 세계 나머지 증시에 긍정적인 전이 효과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2009년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작된 달러화 약세가 전 세계 증시를 동반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11년 보고서에서 미국의 1차 양적완화 정책이 주식과 채권시장을 통한 전이 효과로 다른 선진국의 총생산을 0.1~0.3%가량, 신흥국의 총생산은 0.0~0.4%가량 증가시켰다고 분석한 바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주가가 하락했던 나머지 두 차례 환율전쟁은 금융위기와맞물린 데다 영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고, 중국의 경우 추가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릴 확정적 통화 정책이 나오느냐에 따라 좀 더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금은 1930년대와 달라…보호주의가 더 큰 위험=역대 첫 환율전쟁으로 꼽히는 1930년대 환율전쟁은 대공황으로 1931년 영국이 금본위제를 폐기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절하시켰고, 이는 1936년 3자 합의로 종료됐다.
당시 환율전쟁으로 1932년까지 세계 무역 규모는 1929년 수준에서 30%가량 줄었고, 전 세계 경제에 대침체를 가져왔다. 이 때 침체는 경쟁적인 환율절하에서 온 것이 아니라 환율통제와 수입규제 등 보호주의적 조치들 때문에 발생한 것이며 특히 보복적인 보호주의 조치는 글로벌 후생차원에서 부정적이라는 것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설명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지금은 1930년대 프랑스가 영국에 부과한 15% 규모의 관세 조치 등 보호무역주의가 아직 득세하지 않았고, 무역 성장세는 둔화하나 무역은 계속 확장되고 있고, 통화완화적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1930년대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따라서 옥스퍼드는 보호무역주의가 더 큰 위험이라며 최근 몇 년간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무역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옥스퍼드는 “최근 몇 차례 표면화된 환율전쟁에 대한 공포가 과장된 듯 보인다”며 지금은 1930년대와 달리 통화완화와 연계된 통화절하는 “전 세계에 이롭다”고 평가했다.
다만 통화완화 정책이 성장을 촉진할 능력을 잃게 되면 과거처럼 제로섬 게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옥스퍼드는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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