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장훈 검사처럼 지방대 출신 간부후보생으로 경찰 입문…9년차 베테랑 “민사ㆍ형사소송 공부하다가 사시 봐…검찰 투신해 검ㆍ경 윤활유 되겠다”
[헤럴드경제(고양)=박혜림 기자] “영화 ‘내부자들’에서 배우 조승우 씨가 맡았던 검사 우장훈과 제가 비슷하다고요? 제가 비(非)경찰대 출신이라 그런지 경찰 동기들이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사법연수원에서 만난 이상훈(33ㆍ사진) 경감은 이렇게 말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전북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2008년 경찰 간부후보생 56기로 임관한 9년차 ‘베테랑’ 경찰인 이 경감은 최근 제57회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지방대 출신 경찰 간부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영화 ‘내부자들’의 우장훈 검사가 떠오른다”는 주변의 반응이 결코 과하지 않은 셈이다. 이 경감은 “2009년부터 업무를 시작했는데 당시 고소ㆍ고발 등 민원 업무를 같이 했다”며 “사기 관련 고소가 들어올 때마다 민사ㆍ형사 문제를 처리하기가 굉장히 힘들어 그때부터 법을 찾아보며 민법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게 사법시험 준비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과 ‘공부’,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 경감은 “잠을 줄이지는 않았지만 쉬는 시간을 줄이거나 새벽 시간을 활용했다”며 “그럼에도 동네 조폭 집중 단속 등 기획 수사 기간에는 전혀 공부를 하지 못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1차 시험에서만 번번이 고배를 마신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경찰 경험은 동시에 큰 자산이 되기도 했다. 이 경감은 “매일 실무를 통해 연습을 한 덕분인지 형법과 형사소송법은 60점 가까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경감은 ‘내부자들’의 우장훈 검사처럼 검찰에 지원할 예정이다. 그는 “수사는 단순히 법률 지식보다는 경험, 감(感), 기법 등이 어우러져 이뤄지는 것”이라며 경찰 경험을 십분 활용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찰 출신인 만큼 수사 지휘를 내릴 때에도 경찰의 입장을 이해한 뒤 보다 합리적인 지휘를 내릴 수 있다”는 것도 이 경감의 생각이다. 그는 “검찰과 경찰 사이의 ‘윤활유’ 역할을 해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 경감의 궁극적 목표는 ‘무료 인권 변호사’다. 이 경감은 “나중에 공직 생활을 마친 후엔 수사 경험을 살려서 피해자나 단체들을 위해서 무료 변론도 하고 싶다”며 “민원인들의 고충이나, 영화 ‘변호인’을 보며 느꼈던 것들이 공직 생활 이후의 삶까지 염두에 두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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