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foods

[헤럴드경제=김양규 기자] 정부가 전문의약품에 대한 약가(약의 가격)를 강제 인하시키자 제약회사들이 일반의약품의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고 나섰다.

제약업계는 원가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최근 환율 등을 감안할 때 전문의약품 가격 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분을 일반약 가격 인상을 통해 상쇄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사나 약사들에게는 ‘울트라 을’인 제약회사들이 애꿏은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갑질’을 하는 셈이다.

29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3월부터 214개 제약사 4655개 품목의 약가가 평균 1.96% 인하된다. 이같은 약가 인하 방침은 정부가 실거래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불필요한 행태로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실거래가를 조사한 결과 공시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불합리하게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판단, 오는 3월부터 총 4600여 품목에 대한 약가 인하를 단행하게 된 것”이라며 “제약업계의 반발이 있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그 동안 정부의 방침에 반발해 제약협회를 중심으로 재고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제약업계의 논리가 설득력이 없고 불합리하다고 판단,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 전문의약품에 대한 약가 인하를 피할 수 없게 되자 제약회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일반의약품 가격을 기습 인상했다. 일반의약품의 가격조정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이 인상된 일반의약품을 보면 삼진제약은 투통 및 해역제인 ‘게보린’을 15% 인상했다. 또한 배탈, 설사약으로 유명한 동성제약의 정로환과 정로환당의정 등도 공급가를 10%씩 인상했으며, 한국존슨앤존슨과 대웅제약도 각각 ‘타이레놀 500mg’, 임팩타민 공급가를 각각 5%, 20%가량 올렸다.

시중의 한 약국 관계자는 “피로회복제로 유명한 박카스 등 일반소비자들이 이름만 대면 알수 있는 대부분의 일반의약품 가격을 인상한 상태”라면서 “원가가 상승됐다며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고 전했다.

제약업계 역시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하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일반약을 만드는 원료 수입은 국내에서 자급할 수 있는 비중(자급률)이 30%에 불과하다. 이는 원료의 70% 가량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수입물가 하락으로 원자재 수입에 따른 제약사들의 부담이 줄었다는 점에서 일반의약품 인상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시중의 한 약국 약사는 “의약품은 크게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나뉘는데, 전문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고 정부가 가격에 개입을 한다”면서 “반면 일반의약품은 누구나 규제 없이 구매가 가능하며, 가격 조정에 정부가 개입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약회사들이 전문의약품 약가 인상에 따른 수익 감소분을 일정부분 일반의약품 인상을 통해 메꾸려는 의도가 보인다”면서 “약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들만 봉이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