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글로벌 장기침체의 원인이 ‘기업의 저축과잉’에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즈(FT) 칼럼니스트는 경제주체 중 기업의 과도한 저축이 글로벌 저축과잉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저축과잉은 저축수요가 투자수요를 초과한 상황을 말한다. 기업의 상황에 비춰보면 사내 유보이익이 투자를 초과한 현상이다.
이는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2005년 처음 사용한 용어이기도 하다.
당시 버냉키 의장은 중국ㆍ중동 등의 과잉 저축자금이 미국 등 주요 선진국으로 유입되면서 미국의 저금리와 버블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프브라임 사태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오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3년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같은 주장을 내놨다. 그는 당시 IMF포럼에 참가, “글로벌 저축과잉이 수요를 제한하면서 세계 경제의 장기침체가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투자의 주체가 돼야 할 기업마저 저축과잉에 몰두하는 현상을 꼬집은 말이다.
최근 주요 6개 선진국(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의 기업투자ㆍ기업저축 현황에 따르면 기업투자는 자국 총 투자의 50~67%인 반면 기업저축은 총 저축의 40~100%를 차지했다. 실제 저축이 투자를 초과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투자 비중은 기업저축 비중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금융위기 이후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의 경우 기업저축이 GDP 대비 20%를 상회하는 등 저축과잉이 두드러지기도 했다.
통상 저축과잉의 원인으로는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 약화, 고령화로 인한 성장 둔화, 기술 진보에 따른 자본지출 감소 등이 꼽힌다. 아울러 안전자산 선호, 글로벌화에 따른 자유로운 자본 이전 등도 저축과잉을 부채질 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저축과잉이 경제 성숙 단계에서 투자수요 감소, 고령화와 맞물리며 ‘장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송주경 IBK경제연구소 경제분석팀 계장은 “기업의 저축과잉은 투자 감소와 사내유보 과다, 배당감소 등을 유발해 시장의 활력을 잃게 한다”며 “민간과 공공영역에 생산적인 투자처를 늘리고 기업의 잉여자금이 투자로 이어지도록 해 기업의 과잉저축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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