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올들어 한국의 수출액 감소폭이 중국ㆍ일본ㆍ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은 물론 브라질ㆍ칠레 등 남미 신흥국에 비해서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경기둔화 및 무역위축 속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수출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원/달러 환율이 거의 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수출 회복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축소돼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운 상태다.
◆중국ㆍ일본보다 심각한 한국의 수출= 22일 세계무역기구(WTO)가 집계한 올 1월 한국의 수출액은 366억23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8.8% 줄었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2월들어 20일까지 수출액도 221억6천만달러로 17.3%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2월 하순에 그 감소폭을 만회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때문에 수출은 지난해 1월부터 14개월 연속 감소, 최장기 감소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 확실하다. 이전 최장 마이너스 기록은 세계불황과 반도체 가격하락이 겹친 2001년 3월~2002년 3월(13개월)이었다.
특히 한국의 수출 감소폭이 중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은 물론 브라질, 칠레 등 남미 신흥국보다 커 문제가 심각하다.
올 1월중 중국의 수출액은 1774억7500만달러로 11.2% 줄었고, 일본은 452억달러로 12.8% 감소했다. 대만은 221억9600만달러로 -12.9%, 인도는 210억7600만달러로 -13.6%의 감소율을 보여 한국보다 작었다.였다. 베트남은 -0.7%로 크게 선방했다.
자원부국인 브라질도 17.9% 줄어 한국보다는 감소폭이 작았다. 칠레의 감소율도 14.15%로 한국보다는 양호했다.
반면에 자원비중이 높은 인도네시아(-20.7%)와 중국 의존도가 높은 싱가포르(-20.7%)는 한국보다 더 큰 감소율을 보였다.
WTO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한국의 수출 감소폭이 13.9%로 중국(16.01%)이나 일본(25.7%), 인도(15.3%), 대만(20.3%), 인도네시아(14.3%) 등 아시아 주요국보다 양호했지만, 최근엔 이들 국가보다 감소폭이 더 커 상황이 심각하다.
◆‘통화약세=수출증가’ 공식 깨져= 수출이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경기 부진과 교역 위축, 유가하락에 따른 수출단가 급락, 글로벌 가치사슬 및 분업구조의 변화, 각국의 금융완화와 ‘환율전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며 한국 수출품의 경쟁력 강화 기대를 높이고 있다. 지난주말 원/달러 환율은 1230원대로 올라서 작년말에 비해 5.5% 상승(원화 절하)하며 5년8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 ‘단비’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낳고 있다.
지금까지 환율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수출에 영향(J커브 효과)을 미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통화약세=수출증가’의 공식이 깨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원화가치 하락이 수출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긴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국제금융센터 분석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2012년말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엔화가치가 크게 하락(-41%)했지만 수출은 마이너스(-21%)를 면치 못했다. 1995년 4월~1998년 8월 사이 엔화가 72% 절하되며 수출이 10% 증가한 것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브라질도 2011년 7월 이후 최근까지 헤알화가 큰폭으로 절하됐지만 수출은 19% 이상 감소해 ‘통화약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2000년 3월부터 2002년 10월 사이 헤알화가 118% 절하되면서 수출이 18% 증가했던 것과 상반되는 현상이다.
이는 세계 교역량 감소와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글로벌 생산 및 분업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중간재 수출비중이 크게 늘면서 글로벌 분업구조가 심화돼 환율 및 통화가치 변화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수출을 회복하기 위해선 가격경쟁력 유지와 함께 신제품 및 신시장 개척, 기술혁신 및 제품의 차별화를 통해 국제분업 속의 비교우위 제품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위기에 처한 한국의 수출을 정상화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