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은빈 인턴기자]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일명 ‘K-뷰티’ 바람이다.
지난해 617만 명의 방한 유커들의 쇼핑 품목 1순위는 단연 화장품이었다. 특히 국내 화장품들이 면세점 인기 매출 품목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높아진 브랜드 파워를 자랑했다.
해외 뷰티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도 ‘한국식 화장(Korean makeup)’‘한국 미용용품(Korean beauty products)’ 등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 화장품 샵을 직접 방문해 구매하는 등의 모습이 담긴 콘텐츠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높아진 위상에도 여전히 화장품 업계의 카피 경쟁은 심각하다. 특히 화장품계 ‘저렴이’ 제품의 난립은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너도나도 베끼기’ 실상을 극명히 보여준다.
◆‘저렴이’가 뭐길래… 값싸고 기능 좋은 제품? 카피제품 눈가리고 아웅?=한 케이블 방송의 뷰티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저렴이’는 ‘성능은 비슷한데 보다 싼 가격으로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뜻한다. 가격이 비싼 해외 브랜드의 제품 품질에 버금가면서도 가격은 싼 시중 화장품을 ‘소비자 실험’으로 선별해 소개했다. ‘저렴이’의 등장에 소비자는 환호했다.
‘저렴이’의 인기로 국내 화장품 회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저렴이’ 제품 출시에 주력했다. 브랜드 자체 개발의 특색 있는 제품을 만들기 보다는 ‘OO보다 싼’ ‘OO에 버금가는’ 식의 대체제를 내놓기에 바빴다. K-뷰티 흥행의 근간이라고 평가받았던 창의성ㆍ다양성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나아가 더 큰 문제는 원조를 따라서 외관까지도 비슷한 ‘저렴이’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제품엔 카피 흔적이 수두룩하다. 저렴한 가격은 명분일 뿐, 사실상 카피제품에 가까운 셈이다.
최근 국내 대기업 A사에서 출시한 우드 아이브로우는 네티즌 사이에서 일본 S브랜드의 저렴이로 통한다. S브랜드의 아이브로우는 3만 원대 고가의 제품으로 4000 원대의 A사 제품과 가격 차이가 꽤 크다.
그러나 A사 아이브로우는 S브랜드의 제품과 외관은 물론 이름까지 비슷하다.
프랑스 브랜드 록시땅(Loccitane)의 핸드크림도 저렴이가 존재한다. 로드샵 I브랜드, N브랜드 등에서 출시한 한 핸드크림은 디자인의 디테일만 약간씩 다를 뿐 전체적인 컨셉, 용기 등이 원조와 흡사하다.
해외 명품 브랜드인 입생로랑의 틴트는 ‘여배우 틴트’로 입소문이 나면서 4만 원대의 가격에도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로드샵 M브랜드, T브랜드, 중가 화장품 I브랜드 등이 잇따라 관련 제품을 출시했다. 특히 I사의 제품은 원조와 거의 유사한 디자인으로 네티즌에게 ‘짭생로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저렴이’ 전략, 수출 길에 제 발목 잡을 우려도=최근에는 카피제품이 오히려 ‘착한 제품’으로 둔갑해 원조를 저격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중저가 화장품 A브랜드에서 출시한 립펜슬은 해외 브랜드 나스(NARS)의 ‘대항마’로 출시한 제품이다. “A에서 출시됐다고 나스에게 전해라!”는 원조를 저격하는 문구가 눈에 띈다. 네티즌은 이에 “대놓고 따라했다고 시인하는 꼴”이라며 “따라하면서 적반하장 격”이라고 비판했다.
저렴이에 대해 일부 소비자는 “어쨌든 원조를 베낀 것이다”는 입장이다. 또 “가격이 다른 만큼 품질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여력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제품의 품질에 차이가 크게 없다면 소비자에게는 싼 제품이 좋은 것 아니냐”며 “선택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라는 옹호의 목소리도 있다.
저렴이의 등장으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차별화 없는 무분별한 카피전쟁은 결국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명성에 스스로 먹칠하는 꼴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27억5300만 달러(한화 약 3조3000억 원)로 전년(17억9200만 달러)에 비해 54% 성장했다. 내수 소비재에 불과했던 국내 화장품이 이제는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 중 하나가 됐다.
이 가운데 국제적으로 ‘베끼기’ 논란에 휩싸이면 수출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IT 분야에서 예를 찾자면 카피로 시작해 대륙의 기적으로 신분급상승한 ‘샤오미’가 그 선례다.
파격적인 가격 경쟁으로 중국 스마트기기 시장을 단시간에 점령한 샤오미는 최근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그동안 타사 제품을 무분별하게 카피해 온 것에 대한 특허 침해 소송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